G20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헤럴드경제(워싱턴DC)=김용훈 기자] 한국과 일본의 경제수장이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두 나라의 관계 정상화와 경제 정책·금융 협력 확대에 대해 다시금 약속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7년 만에 복원된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가 한국 경제사령탑 교체 이후에도 변함없이 지속된다는 것을 대내외에 공표하는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해석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재무장관)과 만났다. 두 나라 재무장관이 만나는 건 10개월 만이지만, 그 직전 만남인 지난해 6월 29일까진 무려 7년이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셔틀 정상외교 복원 이후 추경호 전 부총리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을 만나 협력의 물꼬를 텄다.
최 부총리가 이날 만남을 통해 그 바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지금껏 일본 재무장관과의 만남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06년 시작한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2016년 8월 당시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간 만남을 끝으로 단절됐다. 2017년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면담에 대해 “한·미·일 재무장관회의 전 상견례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간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지금도 중국을 견제해 우리나라 등에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일 재무장관회의 정례화 여부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다. 미·중 간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성장을 지속하려면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 강국인 일본과의 ‘공조’가 중요하다.
이번 면담은 향후 한·미·일 재무장관회의 정례화와 무관하게 한·일 간 협력의 발판을 다져 놓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크다. 텍사스 테일러시에 400억달러(약 55조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삼성전자가 작년 3월 요코하마에도 연구개발(R&D) 거점인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재팬(DSRJ)’을 설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두 나라 경제수장은 이날 조속한 시일 안에 한국에서 개최될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의 일정 등을 조율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대미 무역수지는 흑자로 돌아섰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전통적으로 중국이었지만, 작년 12월 대미 수출이 이를 대중 수출을 추월했고, 작년엔 사상 처음 400억달러를 넘겼다. 올해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급증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자칫 한국을 향한 ‘무역 압박’의 소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작년 8년 만에 재개에 성공한 한·일 통화스와프도 옛 수준까지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12월 제8차 한일재무장관회의에선 100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기반 통화스와프가 체결됐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지난 2001년 20억달러로 시작한 후 2011년 10월 700억달러까지 불어났지만, 마지막 남은 100억달러 계약이 2015년 2월 만료돼 8년 넘게 중단된 상태였다.
한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월 넷째 주 일본을 방문해 사이토 겐 경제산업성 대신과 면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안 장관 취임 후 첫 방일이다. 안 장관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산업 협력 국가로 일본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