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황석영 “부커상 찍고 노벨상까지 받고 싶다”

황석영 작가가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철도원 삼대'는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의 최종후보에 올랐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주위에서 욕망을 저어하지 말라고 해 이번엔 ‘내가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꿨다. 부커상 받고 차기작 ‘할매’로 노벨상까지 받았으면 좋겠다”

만 81세에 세계적인 해외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황석영 작가의 입담은 여전했다. 그는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소설 ‘철도원 삼대’가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기념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유의 입담으로 노벨상까지 넘봤(?)다.

황석영 작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석방 후 하반기 문학을 시작한 1998년 이후 30여년 간 32개국에 98종의 도서가 나왔는데 그 덕분에 10여차례 국제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며 “요즘은 (상을) 받으려는지 두근두근하며 기분이 이상하다”며 웃었다.

황 작가는 지난 2022년에도 장편 '해질 무렵'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롱리스트)에 올랐으나 최종 후보에 든 것은 처음이다.

황석영 작가가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철도원 삼대'는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의 최종후보에 올랐다. [연합]

‘철도원 삼대’는 지난 2019~2020년 '마터(Mater) 2-10'라는 제목으로 웹진에 연재된 뒤 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 창비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영문판 제목이기도 한 '마터 2-10'은 '마터 2형 10호'란 뜻으로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1943~1946년 운영한 증기기관차 이름이다.

그는 "'마터 2-10'은 한국전쟁 때 평양을 왔다 갔다 하며 군수 물자를 나를 때 이용하다가 철원 근방에서 폭파된 기관차로, 그간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명목으로 냉전의 상징물이었다. 서울시가 2000년대 초 문화재로 지정해 통일동산에서 영원히 박제됐다”며 “소설이 철도 노동자 삼대를 다루는데, 이 기관차 이름이 아주 적합한 제목인 것 같았다. 해외에서도 이 제목을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구상부터 집필까지 30여년이 걸린 '철도원 삼대'는 근대 산업 노동자의 삶과 투쟁를 다룬 작품으로,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를 지나 21세기까지 이어진 우리 근현대사 100년 간 노동자와 민중 삶의 노정을 다뤘다. 이백만과 이일철·이철,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날 공장 굴뚝에서 고공 농성을 하는 해고 노동자인 이백만의 증손 이진오의 이야기가 축이다.

소설은 이진오가 현장 농성 현장인 굴뚝에서 힘들게 용변을 보는 장면을 시작으로, 그의 회고를 통해 집안의 서사가 교차한다. 황 작가는 지난 1989년 3월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초청으로 방북했을 당시 평양백화점 부지배인이던 한 노인을 만난 후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황 작가는 "이 작품은 영등포(소설의 배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선 지 소설을 쓰면서도 즐거웠다”며 “소설에서 주암댁이 등장해 을축년 홍수를 설명하는 장면도 신나게 썼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특히 “극중 막음이 고모 식구들이 만주로 갈 때 (식구들이 만주로 가버리면) 만주의 모던(Modern, 근대성)에 대해 써야 하는 데 그걸 건드리면 최소 5권을 써야 해서 그냥 가는 척만 하다 다시 돌아오게 했다”며 웃었다.

황석영 작가가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철도원 삼대'는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의 최종후보에 올랐다. [연합]

그는 ‘철도원 삼대’ 이후 낼 예정인 차기작 ‘할매’으로 “노벨상을 받고 싶다”는 눙을 치기도 했다. 사실 이 작품은 아직 집필을 시작도 안한, 작가의 머릿속에만 있는 작품이다. 최근 작가가 인생의 마지막 둥지로 터를 잡은 전북 군산에 있는 천왕목이 소재다. 이 나무는 세종 5년께 심어진 600년 이상된 팽나무다.

그는 또 배우 문성근이 건내 준 그의 오촌당숙 노트에 있는 ‘15만원 탈취 사건’과 동학 2대 교주 최시형 이야기를 끝으로 작품 활동을 그만할 계획이다. 그는 “원로작가란 문학의 세계가 완성됐거나 숙달된 경지에 오른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라 매너리즘에 봉착한 위기의 예술가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아흔 살까지 세 편을 더 쓰고 그만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가로서 사명에 대해 ‘근대성의 극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가 근대를 거쳐왔지만, 이는 왜곡된 근대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는 더 그렇다”며 “근대를 극복하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세계 문학계에서 다양성에 입각한 작품들이 주목받는 것은 지금이 근대와 포스트모던의 이행기이고, 이 과정에서 목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은 오는 5월 21일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수상 작가와 번역가에게 모두 5만 파운드(한화 약 8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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