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중국 로봇청소기 1등 하더니…삼성 안방서 세탁건조기까지 공개 [비즈360]

중국 로보락이 16일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선보인 일체형 세탁건조기와 로봇청소기 ‘S8 MaxV 울트라’. 김현일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국내 로봇청소기 1위로 올라선 중국 로보락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버티고 있는 안방에서 184만원짜리 신제품을 선보였다. 앞서 삼성전자가 이달 3일 출시한 로봇청소기(179만원)보다 5만원 더 비싸다. 여기에 요즘 국내 가전시장 최대 관심사인 일체형 세탁건조기까지 깜짝 공개하며 치열한 한·중 맞대결을 예고했다.

로보락은 16일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S8 MaxV 울트라’ 출시 기념 론칭쇼를 열고 신제품을 공개했다. 중국 로보락이 신제품 출시에 맞춰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행사를 가진 것은 지난 2020년 11월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이례적으로 TV 광고까지 제작해 선보였다.

중국 로보락이 16일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선보인 로봇청소기 ‘S8 MaxV 울트라’. 모서리를 인식하자 측면에서 검은색 브러시가 돌출돼 청소를 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체형 로봇청소기 출시를 미룬 사이 로보락은 선제적으로 제품을 판매하며 국내 시장을 점령했다. 먼지 제거는 물론 집안 곳곳을 다니며 물걸레질을 하고, 더러워진 물걸레를 빨아 건조까지 알아서 해주는 일체형 로봇청소기의 편의성은 금세 국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170개국에 진출한 로보락이 지난해 한국에서 거둔 매출만 2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글로벌 매출액 1조6000억원 중 12.5%에 달한다. 로보락의 한국 시장점유율은 35.5%로, 전체 1위다.

중국 로보락이 16일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선보인 로봇청소기 ‘S8 MaxV 울트라’ 하단 모습. 모서리를 청소하기 위한 검은색 사이드 브러시가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김현일 기자

그러나 불과 13일 전 삼성전자가 자사 첫 일체형 로봇청소기를 선보였다. LG전자도 이달 말 일체형 제품 출시를 예고한 상황이다. 로보락은 이를 의식한 듯 중국 본사에서 부사장 등 임원진이 이날 대거 참석해 끝날 때까지 현장 분위기를 살피며 한국 시장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내비쳤다.

댄 챔(Dan Cham) 로보락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총괄은 “한국 시장의 강력한 잠재력에 주목하며 우선순위를 높게 보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보락이 이날 공개한 신제품 가격은 삼성전자 제품보다 5만원 비싼 184만원이었다. ‘중국산=가성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고가 전략으로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년 전 출시한 같은 라인업의 ‘S7 Max 울트라’는 154만원이었다.

중국 로보락이 16일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선보인 로봇청소기 ‘S8 MaxV 울트라’. 왼쪽은 직접 물을 채우고 버리는 물통형, 오른쪽은 정수기처럼 관(동그라미 안)을 연결해 사용하는 직배수형. 직배수형은 로보락 제품에 처음 적용됐다. 김현일 기자

삼성·LG의 등장에 맞서 한국 시장 1위 자리를 지키려는 로보락의 변신도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된 A/S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국내 로보락 A/S 센터가 18곳에 불과해 불편함을 겪었다. 수리를 받으려면 직접 제품을 들고 센터에 방문하거나 택배로 포장해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로보락은 이달부터 전국 하이마트 334곳과 손잡고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이마트 기사가 직접 자택으로 찾아와 제품을 가져가는 방문 서비스도 신설했다. 주말(오전 10시~오후 8시)에도 A/S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국 가전제품은 A/S가 불편하다는 인식 때문에 삼성·LG 제품에 눈 돌리는 국내 소비자들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댄 챔(Dan Cham) 로보락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총괄이 16일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

로보락은 이날 발표에서 언급하지 않았으나 일체형 세탁건조기도 전시장 한 켠에 배치해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탁과 건조를 한 대로 할 수 있는 세탁건조기는 올해 국내 가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품이다.

로보락은 구체적인 사양은 소개하지 않았지만 실제 눈으로 확인한 세탁건조기는 1인 가구를 겨냥한 듯 미니멀한 사이즈였다. 중국에서는 약 200만원 수준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399만원)와 LG전자(오브제 449만원·시그니처 690만원)가 올해 선보인 제품보다 크게 저렴하지만 용량 차이가 커 직접 비교는 의미가 없어 보였다.

중국 로보락이 16일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깜짝 공개한 일체형 세탁건조기. 국내 출시는 아직 미정이다. 김현일 기자

로보락은 미니 세탁건조기의 국내 출시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국내 수요를 파악해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전시장에서 점차 생활가전의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향후 로보락의 세탁건조기도 국내에서 반향을 일으킬 경우 가전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업체 간의 전선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김서영 로보락 한국 마케팅 총괄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경쟁사가 아니라 로봇청소기 시장을 같이 이끌어 갈 업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저희는 자신을 경쟁사로 생각하고 혁신을 통해 선도 산업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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