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하 내년으로 후퇴…세계 경제·금융시장 영향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다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시장에서는 이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작이 올해가 아닌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7일(현지시간) 연준이 2025년 3월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스티븐 주노 BoA 이코노미스트는 “6월이나 9월조차도 연준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며 “이것이 데이터에 의존(data-dependent)하는 연준의 현실이다.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올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이고, 경제 활동 데이터도 강한 점을 감안할 때, 연준이 금리 인하를 뒤로 미루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은 지속적인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고 있을지 모른다”면서 “지난 몇 달 동안, 특히 지난주 동안 금리, 인플레이션, 연준 정책 전망의 움직임은 그러한 변화의 패턴에 들어맞았다”고 분석했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올해 미국 금리가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은 피벗(pivot·통화정책 선회)에 대해 피벗을 실시했다”며 “지난해 12월 연준이 너무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으로 돌아선 후 나온 금리 인하에 대한 행복한 기대감은 스스로 사라졌다”고 평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희박해지면서 이제는 금리 인하가 미뤄질 경우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미국 경제는 일시적인 금리 인상 기간을 견뎠지만 고금리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엔 회복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낮은 금리를 이용해 회사채를 발행했고, 당시 조달한 자금은 고금리 시대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결국 훨씬 높아진 금리에 재융자를 받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7%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주택시장을 얼어붙게 했고, 미국의 막대한 정부부채도 이자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월 말 4.2%에서 현재 약 4.6%로 상승했다. 현재보다 더 낮은 금리를 기반으로 한 최근 예측에서는 올해 미 정부 예산에서 순이자비용이 국방비보다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시장도 지속적인 고금리의 영향을 체감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연준의 비둘기파적 태도는 주식시장의 호황을 촉진했지만 이제는 조정에 취약한 상태가 됐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증시에서는 이미 ‘공포지수’가 급등하고 있다. 증시가 하락할 때 상승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6일 장중 19.6까지 오르며 지난해 10월 말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해 불거졌던 미국 은행권 시스템 리스크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최근 집계에서 미국 은행권 대차대조표 상 미실현손실은 4780억달러(약 657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국채와 모기지 담보 채권의 가치가 감소한 데서 비롯됐다. 채권 금리가 다시 급등했기 때문에 현재 손실은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그동안 진행해 온 금리 인상의 영향은 전 세계로 파급될 전망이다. 유럽 등 다른 주요국 대비 견조한 미국의 경제 성장은 달러화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 일본 엔화의 경우 지난달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대비 환율이 약 155엔까지 상승하며 ‘엔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달러 강세는 다른 나라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의 성장은 수입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달러가 급등하면 무역과 달러 표시 차입도 막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과 같이 상품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는 달러화 강세와 달러로 지불하는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이중 압박을 받고 있는데, 중동 분쟁이 악화되면 유가는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고금리가 부러운 경제 운영을 끝내면 금리 인하가 뒤따를 것”이라며 “그때까지 미국의 통화정책은 전 세계에 까다로운 문제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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