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뇌연구원 강경진(오른쪽) 박사 연구팀.[한국뇌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강한 단맛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쓴맛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국내 연구진이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한국뇌연구원은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 강경진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신경세포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환경의 새로운 활성 조절 기전을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신경세포를 둘러싼 미세환경은 신경세포의 활성과 조절에 중요하지만, 미세환경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신경세포의 활성을 보존하는 방법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연구팀은 초파리 동물모델을 활용해 미각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미세환경 보존에 대한 새로운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 동물모델은 발효되고 있는 과일에 주로 알을 낳고 살기 때문에, 강한 단맛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연구팀은 초파리가 강한 단맛을 맛보게 되면, 단맛미각신경세포가 활성화돼 주변의 미세환경 중 상피전위(TEP)의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단맛에 의해 상피전위가 떨어지면, 미각기관 안에서 상피전위를 공유하고 있는 다른 종류의 미각신경세포, 예를 들어 쓴맛미각신경세포 등이 영향을 받아 둔감해지거나 심하게는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뇌연구원 강경진(오른쪽) 박사 연구팀.[한국뇌연구원 제공] 초파리 미각수용신경세포 활성의 항상성 보전 기전.[한국뇌연구원 제공] |
또한 연구팀이 단맛에 오랜 시간 노출되었던 초파리가 쓴맛을 구별할 수 있는지 섭식 행동실험을 통해 살펴보았을 때 신경세포 이온통로의 한 종류인 ‘과분극 활성화 고리형 뉴클레오티드 개폐통로(HCN)’가 존재할 때만 쓴맛을 회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HCN이 단맛 미각수용신경세포에 발현되어 단맛신경세포의 과다한 활성을 줄이고 이 결과로 상피전위(TEP)의 변화도 최소화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경진 박사는 “사람이 속한 포유류에서도 HCN이 감각수용세포 내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발현되어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앞으로 반복되거나 지속되는 자극에 대해 감각기관이 기능적 항상성을 보존하는 원리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