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한 미국·필리핀, 합동훈련 남중국해서 첫 실시

11일 워싱턴 DC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는 가운데 백악관 밖에서 항의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과 필리핀의 연례 합동훈련이 처음으로 필리핀 영해 바깥 남중국해 해상에서 실시된다.

특히 이번 훈련은 적군에게 빼앗긴 대만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의 필리핀 섬들을 탈환하고 적군 군함을 격침하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어 중국의 대만 침공과 남중국해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전쟁 훈련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필리핀과 중국의 대립이 격심해지는 가운데 미국과 필리핀은 곧 시작될 양국 연례 '발리카탄' 합동훈련을 매우 야심적인 훈련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양국 관리 10여명이 전했다.

윌리엄 저니 미 태평양 해병대(MARFOPAC) 사령관(중장)은 필리핀 주재 미 대사관을 통해 낸 성명에서 "올해 우리는 (훈련의) 모든 영역에 걸쳐 범위, 규모, 복잡성을 높였다. 이는 지금까지 열린 가장 광범위한 발리카탄 훈련"이라고 밝혔다.

4월 22일부터 5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훈련에는 약 1만6천770명의 병력이 참가하며, 일부 연습에는 호주군과 프랑스군도 참여한다. 한국·일본·인도·태국·뉴질랜드·독일 등 14개국도 참관한다.

이번 훈련은 우선 1991년 첫 훈련 이래 처음으로 필리핀의 12해리(22.224㎞) 영해 바깥 남중국해 해상에서 열린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특히 훈련 장소의 일부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공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필리핀에 이번 훈련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영유권을 재차 강조할 기회라고 필리핀 국방 관리들은 말했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양국 군은 대만과 가까운 필리핀 최북단의 한 섬, 또 영유권 분쟁 대상인 스프래틀리 군도에 인접한 팔라완 섬 주변의 한 섬이 적군에 빼앗겼다고 가정하고 이를 탈환하는 모의훈련을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현지로 수송해 실제 발사 훈련을 할 예정이다. 하이마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군 진격을 저지한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은 바 있다.

또 대만과 가까운 루손섬 북서부 해상에서는 가상의 적군 군함인 필리핀 해군 퇴역 함정을 격침하는 훈련도 한다.

이 훈련에는 필리핀 해군이 도입한 사정거리 180㎞ 이상의 한국제 해성 대함미사일이 처음 투입돼 위력을 확인하게 된다.

훈련의 초점은 양국 군이 하나의 군대로 일사불란하게 적 해·공군 공격에 맞서 반격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필리핀 해군 대변인인 로이 빈센트 트리니다드 준장은 이번 훈련으로 필리핀이 알리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우리 주권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의 필리핀 방위 공약이 "철통같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은 그간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필리핀은 국제상설재판소(PCA)에 소송을 제기, 2016년 중국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얻어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영유권을 고집하면서 필리핀 등 주변국과 대립하고 있다.

특히 최근 스프래틀리 군도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를 둘러싸고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 공격을 가하는 등 양국은 여러 차례 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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