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뒤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보복을 벼르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란과 긴장 고조는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날 미국 유대인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참석자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 참석자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란에 대한 대응은 이스라엘의 결정 사항이라고 강조하며 이스라엘이 자제해야 한다는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는 “(대응이) 영리하고 전략적이고 가능한 한 제한돼야 한다”며 “힘과 지혜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에 무엇을 하라고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을 할 뿐이라고 언급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지난 13~14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당시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방어 작전에 참여한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는 미래의 기회들을 제공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 관계를 급속히 개선해왔으나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들의 관계는 다시 냉각됐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이스라엘과 수교 논의를 진척시키다 전쟁 발발 이후 관련 논의를 보류한 바 있다.
참석자들은 이날 블링컨 장관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의 전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하마스의 휴전 중재안 거부와 관련해 그들은 아마 이란의 공격이 지역 전쟁으로 번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중재안을 거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사태가 확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마스가 판단하면 이들은 휴전·인질 협상 타결에 대한 압박을 다시금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링컨 장관은 15일 이스라엘 전시 내각 구성원인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이스라엘의 맞대응과 관련해 이날과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악시오스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간츠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가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소통했다며 이스라엘은 세계의 동맹들과 함께 이란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전략적 지혜를 갖고 이스라엘이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달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해 이란혁명수비대 간부들이 숨졌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13∼14일 미사일과 드론 300여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 전쟁내각은 전면전은 피하되 심각한 고통을 주겠다며 재보복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