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2022년 강원도 강릉에서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량의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가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국내 첫 재연 시험이 진행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운전자 A씨와 그 가족들(원고)이 제조사를 상대로 낸 약 7억60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이 요청한 ‘사고 현장에서의 가속페달 작동 시험’ 감정이 오는 19일 같은 장소, 같은 조건의 차량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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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험은 제조사 측 주장의 근거가 된 국과수 분석이 타당한 지 검증하기 위해 추진됐다. 제조사(피고) 측이 제공한 ‘변속장치 진단기’를 활용해 이뤄진다.
제조사 측은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한 사고기록장치(EDR) 기록과 국과수 분석 등을 근거로 이 사고 원인은 페달 오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원고 측은 “약 30초 동안 지속된 이 사건 급발진 과정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이번 실험을 통해 얻은 속도, 분당 회전수(RPM), 가속페달 변위량, 기어 변속단수 등 주행 정보와 국과수 감정서에 기재된 내용을 비교해 국과수의 분석을 반박하고, 제조사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감정에서는 ‘처음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했을 당시’를 상정한 실험도 이뤄진다. 모닝 추돌 직전과 직후의 분당 회전수(RPM)와 속도 변화 등을 관찰해 국과수의 분석이 타당한지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또 시속 110㎞에서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을 때 RPM과 속도 변화도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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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차량의 EDR은 A씨가 사고 전 마지막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5초 동안 차량 속도는 110㎞에서 116㎞로 6㎞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법원에서 선정한 전문 감정인은 ‘변속장치에 손상이 없었고 110km에서 풀 액셀을 밟으면 최소 시속 136.5㎞가 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2022년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60대 A씨가 손자 도현 군을 태우고 SUV를 운전하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도현 군이 사망했다.
함께 사고가 난 할머니 A씨가 아들 부부에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뒤 ‘도현이법’ 제정 논의가 이루졌다. 도현이법은 제품결함에 대한 입증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는 현행 제조물책임법 규정을 제조자가 입증하도록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와 함께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될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