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매장. [신세계디에프 제공]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신세계면세점이 전통주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전통주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면세 업계가 주류 제품을 차별화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도수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1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제주 지역 주류의 판로를 확대하는 사업을 협의 중이다. 제주에서 생산하는 전통주를 신세계면세점의 여러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것이 골자다. 출시는 상반기가 목표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60여 종의 전통주를 판매하고 있지만, 제주 지역의 전통주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최근 면세업계가 주류 제품을 경쟁적으로 키우고 있고, 전 세계에서 K-문화가 인기라는 점을 고려했다”며 “고도수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를 중심으로 국내 전통주 판매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8월 신세계디에프와 JDC면세점이 면세산업 발전과 글로벌 면세점 브랜드 성장을 위해 맺은 업무협약의 연장선상이다. 당시 양사는 공동 마케팅, 상호 인적 교류, 중소기업 지원 및 공동 사회공헌활동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세계디에프가 제주 술을 비롯해 전통주를 확대하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주류 제품의 차별화다. 최근 주류의 온라인 면세 판매가 허용되고, 면세 한도가 늘어난 이후 면세점들은 주류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관세청은 술 면세 한도를 1인당 1병(1ℓ·400달러 이하)에서 2병(2ℓ·400달러 이하)으로 높이고, 면세 주류에 대한 온라인 구매를 허용했다. 최근에는 양주 등을 구매할 때 추가로 받는 미니어처를 면세 수량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류 면세 한도 확대와 온라인몰 주류 구매가 허용되면서 주류 차별화를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이 최근 대만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Kavalan)’ 제조사인 ‘킹카그룹(King Car Group)’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사는 시내점에 카발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등 판로를 늘리기로 했다. 해외 주요 거점에 카발란 위스키를 입점하고, 롯데면세점 단독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한다. 신라면세점도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알라키’ 등을 국내에 수입·유통하는 ‘메타베브코리아’와 손잡고 주요 구매층으로 떠오르는 2030세대 신규 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통주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가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데다, 전 세계 K-문화 열풍 속에서 외국인의 관심도 높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통주 출고액은 2020년 626억원에서 2022년 1629억원으로 2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전체 주류 출고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20년 0.7%에서 2021년 1%를 넘겼고, 2022년에는 1.6% 증가했다.
다만 면세업계가 전통주 비중을 본격적으로 늘리려면 프리미엄 제품이 시장에 많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래야 ‘면세’라는 장점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면세점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3%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술에 대한 세금을 양이 아니라 가격에 맞춰 매기기 때문에 가격이 높을수록 면세 소비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진다”며 “고급 전통주들이 많아져야 면세를 비롯해 국내외 판로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