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 출생아수가 20만명대로 떨어졌다. 1970년대 한해 100만명씩 태어나던 것과 비교하면 출생아가 3분의1 수준이다. ‘국가 멸종’ 급 저출생 영향은 비수도권·지역 학교에 직격탄이 됐다. 전국에서 폐학교들이 속출했다. 자구책인 학교간 통폐합은 이해관계가 달라 논의가 쉽지 않다. 인구 감소는 현실이다. 하지만 통폐합이 인구 감소를 더 가속화하는 현실은 막아야 한다. 전국 통폐합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제도적 보완점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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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학교간 통폐합은 이미 전국적 현실이다. 남아있는 학교나마 살리기 위해 일부 학교는 문을 닫아야 했고, 이 과정에서 소멸된 학교는 내분에 휩싸였다. 학교 문제기에 주무 부처는 각급 교육청이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것이 교육이고, 지역 소멸을 막아야 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라면 이는 교육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는 물론 시민사회 등이 모두 고민해야 할 사안이 학교 통폐합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훈호 공주대 교육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에 “폐교는 곧 지역에 대한 ‘사망선고’와 같은 충격”이라며 “귀농·귀촌이 늘어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학교가 없는 지역에 젊은 세대는 정착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자체가 함께 폐교 재산을 활용해 새로운 일자리나 교육, 여가 환경을 구축해 새로운 세대가 지역을 찾고, 인구 유입을 유인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지역 사회의 의견을 들어 지역에 새로운 기화와 자원을 배분하려면 지자체 노력이 필수적이며 해당 지역 학생이나 학부모, 지역사회가 어떤 점을 우려하며 교육청이 어떤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폐합 추진에 따른 지역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다 세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는 학교 통폐합에 대한 뚜렷한 기준 없이, 교육부 적정규모 학교(초등학교 기준 전교생 360명) 지침에 따라 교육청이 일정 비율 이상 학부모 동의를 받으면 추진한다.
이동성 전주교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통폐합을 위해서는 지역의 경제나 문화, 인구 수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농어촌 지역인지 또는 도농복합지역인지, 도심인지에 따라 통폐합에 따른 지역 영향은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정규모 학교만이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행정적인 고정관념”이라며 “경우에 따라 소규모 학교에서 더욱 밀도 있는 교사와 학생들 간 상호작용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규모에 맞는 교육과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동의만을 기준으로 하는 현행 통폐합 추진 절차 역시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지금의 방식은 행정적 편의주의”라며 “지역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부모뿐 아니라 주민들까지 포함해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문을 닫은 학교 인근 지역을 살리기 위한 지원 역시 현행 방식으론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규모 학교 관련 연구를 해온 김재윤 전남실천교육교사모임 부회장은 “교육부에서 통폐합 학교에 수십억대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정작 학교들은 활용 방안을 고민할 여력이 없어 ‘무작정 쓰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교사들 사이에선 학교 단위로 지원금을 뿌릴 것이 아니라 학교 안팎의 지역사회와 협력하거나, 교육청에 전담 부서를 만들어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폐교 재산을 활용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벽지나 오지에 위치한 학교나 진입로가 맹지힌 학교는 폐교 재산 활용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데 이를 활용하기 위해 교육청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폐교 부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로를 확충하거나 복합시설로 설계하고, 방문객 유치 노력을 하기 위해선 지자체 적극적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