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일만에 56억이 날아갔다…거대 양당 위성정당 해체 임박[이런정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일 첫날인 지난 5일 오전,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효자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비례대표 용지가 출력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양근혁 기자] 거대 양당과 비례위성정당 간의 합당 시계가 움직이면서 양당은 원내 의석과 더불어 28억원 이상의 선거보조금까지 귀속받게 됐다. 다만 양당은 5월 초 원내대표 선거를 앞둔 만큼 5월 위성정당에 지급되는 정당보조금 대신 합당을 서두르겠단 입장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22일 오전 10시 전국위원회에서 국민의미래 흡수 합당이 최종 의결되면, 당일 합당 수임기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경우, 이르면 다음 주 초에는 합당 절차가 마무리된다. 국민의힘은 전날 온라인으로 상임전국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민의미래와의 합당 결의안 통과를 위한 전국위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의 합당을 공식한 상황으로, 내달 초 합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연합 지도부 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가 있는 5월 3일 전 합당을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간표는 4년 전 21대 총선과 비교하면 약 한 달 정도 빠르다. 앞선 21대 총선의 경우,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선거 한 달을 지나서야 합당을 결의했고, 2020년 5월 29일 미래통합당과 흡수 합당했다. 흡수 합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분기 경상보조금 지급일 이후 이뤄지면서, 20석을 지녔던 미래한국당은 19억3527만여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8석을 가진 더불어시민당 역시 2분기 경상보조금 지급일 이후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9억8024만여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보조금들은 모두 모(母) 정당인 거대 양당에 귀속됐다.

여야가 5월 보조금 대신 합당을 서두르는 이유는 모두 5월 초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참패로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은 수습을 위해서, 21대 총선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얻게 된 더불어민주당은 당의 운영을 위해서 모두 차기 원내대표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두 위성정당은 총선 전 ‘의원 꿔주기’를 통해 10석이 넘는 의원을 확보하면서 지난 3월 28억이 넘는 경상보조금을 수령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28억2709만여원을, 국민의미래는 28억443만여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이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은 14석, 국민의미래는 13석을 확보했고, 두 위성정당이 내달 초 모정당과 흡수 합당을 하게 되면 6월에 지급되는 ‘선거 보전금’ 또한 모정당에 가게 된다. 거대 양당으로선 28억+a의 돈을 받으며 위성정당을 해체하는 시나리오가 되는 셈이다. 아울러 비례대표 당선인들 역시 흡수 합당 후엔 모정당 원내대표 선거의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 다만, 5월에 나가는 2분기 보조금의 경우 지급 당시 의석수를 기준으로 해, 개원 전인 22대가 아닌 현 21대 의석수를 기준으로 지급된다.

이러한 위성정당들의 보조금·보전금 ‘꼼수 먹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비례대표 정당 취지를 완전히 역행한 것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어선 안 됐다”며 “거대 양당이 보조금까지 독점하는 정치 카르텔을 해체하기 위해선 다른 군소 정당들에도 공평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정당 정치가 풍부해지고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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