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짜증나” ‘윤식당’ 찍은 ‘그 섬’…분통 터졌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윤식당’이라는 예능프로그램 촬영지로 등장해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의 주민들이 “제발 관광을 멈춰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이 스페인 국영 방송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날 카나리아 제도 주민 수만명이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었다.

시위대는 경찰 추산 2만여명, 주최 측 추산 5만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카나리아 제도는 판매용이 아니다”, “관광 중단”, “내 고향을 존중해달라”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 행진에 나섰다.

시위대는 관광객들로 인해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광객들을 위해 에어비앤비로 주택을 임대하다보니 정작 주민들은 살 집이 없어 쫓겨나야 하는 신세라는 것이다. 물가와 집값 상승에 비해 임금 등 소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도 호소했다.

아프리카 북서부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에서 최근 ‘반(反) 관광객’ 정서가 확산하면서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라’는 낙서가 나타나고 있다. [Walter Finch 페이스북 캡처]

시위대는 또 너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바람에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져 환경이 파괴되고 지역 주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며 관광객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지인 조수아 가르시아(33)는 영국 한 매체에 “외국 휴가객들로 인해 우리의 천국이 ‘관광 빈민가’로 변했다”면서 “외국 관광객들이 내는 소음과 음악 때문에 매일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이룬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시위대는 이에 비거주민의 부동산 구매 제한, 관광객에 대한 환경세 도입, 휴가용 임대주택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아프리카 서북부 해안에 위치한 카나리아 제도는 화산 지형과 연중 내리쬐는 햇살로 유명해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지난해는 현지 주민 220만명의 7배가 넘는 약 1600만명이 방문했다. 공식 통계상 인구 10명 중 4명이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섬 전체 GDP의 36%가 관광업에서 창출된다.

배우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사진), 박서준이 출연한 tvN 예능 ‘윤식당2′는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에서 촬영했다. 카나리아 제도 전경. ['윤식당2' 캡처]

한국인에겐 생소했던 곳이지만, 배우 윤여정, 이서진 등이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윤식당’의 촬영지가 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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