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83달러 전제했는데…5월 물가 전망 더 오른다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오는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 후반으로 수치가 밀릴 수 있다. 그러면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자연스레 따라 후퇴한다.

국제유가가 90달러선에 근접할 정도로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물가 전망 당시 전제한 연간 평균 국제 유가는 83달러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가 더 뛰면 물가 전망치 조정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유독 튀고 있는 환율도 감안해야 한다. 환율 상승은 원화가치 하락이기에 수입물가 직접 상방압력으로 작용한다.

17일 기획재정부·한은 등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6%로 유지했다. 해당 수치는 브렌트유 가격이 연간 평균 83달러를 기록할 것이란 전제 아래 계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면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써 한은이 전제한 유가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커졌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41달러(0.50%) 상승한 배럴당 83.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6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0.21% 상승한 배럴당 87.29달러에 마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신중하게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추가적인 군사적 충돌 여부를 살피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이란의 시리아 주재 영사관을 공격한 후 이란은 지난 13일 이스라엘 본토에 드론을 비롯한 보복 공습을 퍼부었다. 이에 이스라엘은 다시 보복을 위해 전일 이란 영토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양국의 갈등이 중동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주말을 앞두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은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주말 동안 또 다시 군사적 공격이 나타나면 전쟁 우려가 본격화될 수 있어 시장 심리는 조심스러운 양상이다.

여기에 환율도 급등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서만 7%대 치솟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당시를 웃도는 상승폭을 기록 중이다.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8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말 종가(1288.0원)보다 7.3% 상승한 수치다.

1990년 3월 시장평균환율제(1997년 12월 자유변동환율제)가 도입된 이후로 같은 기간 최대 상승폭이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2009년에는 같은 기간 6.9%, 5.8%씩 상승한 바 있다. 외환위기 사태 이후의 최대 상승폭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뛰면 수입물가가 직접 상방 압력을 받는다. 이미 상승 중인 수입물가가 더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3월 수입물가(원화기준)는 0.4% 오르면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3월 수입물가엔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환율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아 4월엔 수입물가 오름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는 당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3.1%로 정점을 찍고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농수산물에 더해 석유류 물가까지 뛰는 등 물가 불안요인만 계속 추가되는 상황이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민간 소비 회복은 요원해질 수 있다.

하반기 내수 회복이 받쳐주지 않으면 올해 2.1% 성장(한은 전망치)도 불안해진다. 수출이 호조세로 경기를 견인하고 있지만, 외발 성장으론 한계가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아직까지는 2년 연속 1%대 성장률 경로로 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미국과 중국 등의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전망치가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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