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의 중심에 섰던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에만 10%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300조원가량 증발한 충격이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중동 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불러온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 금리 인하) 지연을 기정사실화하며 기술주의 대표 격인 AI·반도체주에 대한 투심도 급격히 식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여기에 반도체 업황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으로 ‘주가 정점론’에 불이 붙으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0%(84.7달러) 하락한 762달러에 마감했다. 주가가 800달러 선이 붕괴한 것은 지난 2월 29일(791.12달러) 이후 처음으로, 정점을 기록했던 지난달 25일(950.02달러) 이후 19.79%나 하락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AI 랠리를 타고 급등세를 보였던 반도체주가 급격히 꺾인 이유는 업황 둔황 조짐에 따른 ‘정점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피벗 조기 개시 등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 기술주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섰던 투심이 연내 피벗 불가론 등 최근 급변한 미 연준 내 기류 변화에 자금을 황급히 거둬들인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 22일로 예정된 엔비디아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전 세계 반도체주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엔비디아의 매출은 작년 4분기까지 6분기 연속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넘어서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미 월가에선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낙관론이 우세한 형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60명의 월가 분석가가 내놓은 엔비디아 목표주가의 컨센서스는 989.01%에 이른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