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정원 원점 재논의, 국민 눈높이 안 맞아”

정부가 의료계가 요구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및 1년 유예 주장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통일된 대안’을 다시 한번 요구했다. 이번주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용산회동’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중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출범한다. 사실상 이번주가 ‘의료 개혁’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시급한 필수의료 확충이 지연되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원점 재논의나 1년 유예를 주장하기 보다,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논리에 기반한 통일된 대안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지난 금요일 의료현장의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국립대학 총장님들의 건의를 전격적으로 수용하기로 결단한 바 있다”며 “의료계도 열린 마음으로 정부의 이러한 노력을 받아들여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의료개혁 과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위해 의료개혁특위를 이번주에 발족키로 했다. 위원회는 민간위원장과 6개 부처 정부위원, 20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은 의료계를 포함해 수요자 단체와 분야별 전문가 등 각계 각층이 참여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정부는 앞으로 위원회를 통해 필수의료 중점 투자방향 등 의료개혁의 주요 이슈에 대해 사회 각계가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열린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대 정원과 연계해 외면만하지 말고 발전적이고 건설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반드시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여전히 냉담한 반응이다. 전국 의대 학장들은 21일 ‘2025학년도 의대정원 동결’을 주장했다. 의료계는 또 의료개혁특위도 불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의대를 운영 중인 각 대학 총장들이 “증원분의 50~100%를 뽑겠다”면서 일부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서도 의대 교수들과 전공의들, 의대생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의료 개혁 정책이 순항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이번 주가 주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주 이 대표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회담을 갖기로 했다. 회담의 방식과 의제는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의정 갈등’에 대한 논의도 테이블 위에 오를 개연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 이 대표가 의료 개혁에 대해 ‘순차 증원’을 요구하면, 윤 대통령이 이를 받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반대로 ‘특검’ 등 정치 사안이 회동의 핵심 의제로 오를 경우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렬 될 수도 있다.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25일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가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지난달 25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법상 사직 의사를 밝히고 1개월이 지나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 일부 교수들은 의료 현장을 떠날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적절한 조치가 없을 시 예정대로 교수 사직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둔 상태다.

다만, 박민수 제2 차관은 이와관련해 “일률적으로 (25일부터)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며 “사직서 제출 여부, 제출 날짜, 계약 형태는 상이하다”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25일부터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 달간의 의료공백 장기화 사태 속에서 어렵게 적응하며 치료받고 있는 중증·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의 투병 의지를 꺾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와 한국증증질환연합회도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태형·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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