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인프라코어의 디벨론 대형 굴착기. [HD현대인프라코어 제공]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전 세계적인 인프라 투자 확대 특수를 누렸던 국내 건설기계 3사(두산밥캣,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변수와 마주했다. 글로벌에서 활발히 진행됐던 인프라 건설이 저성장 기조, 중동전쟁 등 각종 악재로 위축된 탓이다.
23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밥캣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8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3% 감소하고, HD현대건설기계 영업이익은 34.6% 줄어든 52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HD현대의 또 다른 건설기계 계열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928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39.2% 감소했다.
건설기계 업체들은 최근 2년 동안 승승장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던 인프라 건설이 2022년부터 재개되면서 건설기계 수요가 지난해까지 고공행진했다. 두산밥캣은 2022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돌파에 성공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4183억원), HD현대건설기계(2572억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5.8%, 50.8% 증가했다.
HD현대건설기계 울산 공장. [HD현대건설기계 제공] |
HD현대, 두산밥캣 상승세가 꺾일 기미가 나타난 이유는 건설기계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연이은 인프라 건설로 건설기계를 공격적으로 구매했던 고객사들이 재고를 넉넉히 확보하면서 제품 판매량이 줄어 들었다.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 경제 성장률 저하로 인프라 투자가 위축된 점도 건설기계 시장에 타격을 줬다.
건설기계 시장은 미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에서 글로벌 불확실성 여파로 최근 1~2년 대비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 건설기계 시장이었던 중국의 경우 전방 산업인 부동산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길어지면 국가별 (인프라) 투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유럽은 전쟁 여파로 시장 회복이 느리다”고 분석했다.
올해 1월 두산밥캣 인천 지게차 공장에서 박형원(왼쪽 일곱번째) 두산밥캣코리아 사장 등이 수소 지게차 1호기 출하를 기념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두산밥캣 제공] |
영국 건설기계 전문 조사기관 오프하이웨이리서치는 글로벌 건설기계 판매 대수가 지난해 110만대에서 올해 6% 줄어든 103만4000대, 2025년(103만6000대)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응해 HD현대, 두산밥캣은 제품 라인업을 더욱 다양화할 계획이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오랫동안 대형 굴착기 위주로 사업을 전개했던 HD현대는 소형 건설기계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소형 건설기계는 대형 건설기계들과 달리 일반 가정, 농장 등에도 쓰일 수 있어 수요가 비교적 꾸준하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해 1.7t 굴착기와 소형 로더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소형 건설기계 시장 강자인 두산밥캣은 농업·조경용 장비(GME), 지게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GME 사업은 뚜렷한 성장세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두산밥캣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기존 한 자릿수에서 현재 10%에 육박하고 있다. 지게차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두산밥캣은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수소 지게차 상용화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