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직업 선택, 임금보다 ‘근무 여건’ 더 중요하게 본다”

2023 국군장병 취업박람회가 열린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장병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국방부는 전역장병들의 안정적인 사회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고양=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근무 여건(job amenity)’을 직업 선택 고려사항으로 보는 비중이 임금을 크게 웃돌았다. 유연한 근무조건이나 발전 가능성 등을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한단 얘기다.

한국은행이 23일 공개한 '근무 여건 선호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활동인구조사 임금근로자 부가 조사에서 직업 선택 시 고려사항으로서 근무 여건의 비중(31.5%)은 임금 수준(26.8%)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한은은 유연근무·재택근무·육체적 강도·업무 강도·자율성·독립성·발전 가능성·직업 보람을 근무 여건을 구성하는 8개 요소로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업별 근무 여건 지수를 산출해봤다.

분석 결과 법률·감사 사무 종사자, 상품기획·홍보·조사 전문가, 법률 전문가, 디자이너, 기타 교육 전문가, 작가 및 언론 전문가, 대학교수·강사, 의회 의원과 고위공무원, 종교 종사자 등이 근무 여건 상위 직업으로 분류됐다.

반대로 건설·광업 단순 종사자, 물품 이동 장비 조작원, 건설·채굴 기계 운전원, 하역·적재 종사자 등은 근무 여건 하위 직업군에 속했다.

성·연령·학력수준별 근무 여건 지수를 비교하니 여성과 저연령층, 고학력자가 남성, 고령층, 저학력자보다 근무 여건이 좋은 직업에 더 많이 종사하고 있었다.

이수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여성의 경우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고 유연한 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아울러 고학력 근로자도 육체적 능력이 덜 필요한 인지적 일자리, 개인 발전 가능성이 큰 전문직 일자리에 근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연령 특징에 대해서는 "고령층의 경우 근무 여건에 대한 선호나 만족도는 높지만, 낮은 교육 수준 등 때문에 취업 계층에서 밀려 근무 여건이 좋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작았다"고 덧붙였다.

근무 여건을 화폐적 가치로 환산할 경우,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 소득/하위 20% 소득)이 4.0에서 4.2로 오히려 더 커졌다. 불평등 상황이 더 나빠진다는 뜻인데, 한은은 고소득 근로자들이 근무 여건도 좋은 일자리에 주로 종사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반면, 남성 대비 여성의 상대 임금 비율은 70.5%에서 73.6%로 올라 성별 임금 격차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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