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EO들 자성 “경영환경 변화에 정교한 대응 미흡…기민하게 전열 재정비하자”

최창원(왼쪽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용호 SK㈜ 최고경영자(CEO), 박상규 SK이노베이션 CEO [SK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한영대 기자] SK그룹 CEO들이 거시적인 변수 대응에 미흡했다고 자성하고, 그룹 내 각 사업을 점검·최적화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재조정) 작업을 신속히 추진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일시적 수요 둔화 등에 직면한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친환경) 사업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최근 재계에서 대내외 변수에 따른 경영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SK도 냉철한 내부 성찰을 바탕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전열을 다시금 다듬는 모습이다.

SK그룹은 23일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4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아침 7시부터 4시간여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장용호 SK㈜ 최고경영자(CEO), 박상규 SK이노베이션 CEO 등 주요 계열사 CEO 20여명이 참석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매월 1회 주요 계열사 CEO가 모인 가운데 그룹 내 현안 등을 논의한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월례회의 결과를 대중에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적극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점검하는 동시에 최근 SK를 둘러싼 위기설을 잠재우겠다는 행보로 읽힌다. 오는 6월 최태원 회장이 주재하는 그룹 확대경영회의를 앞두고 그룹 내 재정비에 속도를 올리는 것으로도 풀이돼 주목된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SK그룹 본사 SK서린빌딩. [SK 제공]

CEO들은 각 사의 최근 실적을 점검하고 연초부터 진행 중인 그룹 내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방향성과 추진 계획에 대해 토론하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먼저 그동안 일부 계열사의 투자·사업과 관련해 거시경제 변수, 지정학 리스크 등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정교한 예측과 대응 등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최창원 의장은 “환경변화를 미리 읽고 계획을 정비하는 것은 일상적 경영활동으로 당연한 일인데 미리 잘 대비한 사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영역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CEO들이 먼저 겸손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미래 성장에 필요한 과제를 잘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의장은 이어 “SK는 글로벌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사업군과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포트폴리오, 탄탄한 기술·사업 역량과 자원 등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면서 “더 큰 도약을 위해 자신감을 갖고 기민하게 전열을 재정비하자”고 당부했다.

CEO들도 그동안 주주,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공감하고 각 사 경영 여건에 맞게 밸류체인 최적화 등 변화 대응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SK 주요 계열사는 연초부터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 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과 최적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2000년 7월 주 5일 근무제 도입 이후 사라졌던 그룹 경영진 토요일 회의를 지난 2월 부활시키고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 임원의 경우 매달 두 차례 금요일 쉴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반납하는 등 사실상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헤럴드경제 DB]

장용호 사장은 회의에서 “기업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각 사업회사의 최대주주로서 각 사 밸류업을 위해 이사회에서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등 기업가치 향상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상규 사장은 “SK이노베이션 계열 포트폴리오를 과거와 현재의 성과, 미래 전망, 수익성 등 다방면에서 냉철하게 평가해 제한된 자원을 최적 배분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기존 에너지·화학 사업은 운영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SK온 배터리 사업은 본원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박 사장은 최근 SK이노베이션 계열 임직원 워크숍을 통해 “전기차 관련 사업은 ‘예정된 미래’”라며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경쟁력 제고 의지를 밝혔다.

다른 CEO도 반도체·인공지능(AI)·그린·바이오 등 사업 영역별 기술 혁신과 운영 최적화 등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시대를 선도하는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의 위상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국내외 투자도 계획대로 진행해 미래 사업 기반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최고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컴퍼니 성과를 가시화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이날 CEO들은 앞으로 합리적인 밸류업 방안 도출을 지속해 논의하고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함께 미래 먹거리 발굴, 기술 경쟁력 우위 확보 등에 더욱 매진하자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최창원 의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선명한 목표와 구체적 계획을 세워 치열하게 실행하면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주주,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 기대에 부응하는 더 단단한 SK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