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5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민주당 지도부와 친명(친이재명)계는 조 대표가 던진 원내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의 최우선 목표인 교섭단체 구성을 지원하면 “노골적인 밀어주기로 인식돼 야권 전체에 역풍이 불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민주당은 총선 전 정치개혁 일환으로 교섭단체 문턱을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때문에 이 대표는 조 대표의 요구에 직접 거절 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친명계 중심 부정적 기류 조성은 이 대표의 이같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2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지도부 다수는 원내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전날 오후 단둘이 진행한 2시간 30분가량의 회동에서 해당 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친명계 역시 “받을 수 없는 요구”라며 반대하고 있다. 현재 법이 정하고 있는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완화하는 이유가 조국혁신당의 요구 때문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총선 공약으로 이를 제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조국혁신당과의 야합으로 인식 되는 것이 민주당에 더 큰 손해를 안길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한 최고위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금 교섭단체 인원을 조정하는 법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특정한 목적을 갖거나 특정한 정당을 돕기 위해 거대 야당이 움직인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교섭단체를 둔 논의는 새로운 의제가 아니다. 소수정당의 권한 보장을 위해 꾸준히 이어져오던 것”이라며 “지금의 민주당을 향한 (조국혁신당의) 요구는 그러한 맥락으로 읽히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은 사안에 따라서 경쟁도 해나가야 하는 사이”라며 “일심동체처럼 움직일 순 없다”고 했다. 앞서 장경태 최고위원도 교섭단체 기준 조정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고, 고민정 최고위원과 박성준 수석대변인도 조 대표의 요구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논의 자체가 불가하다”는 강한 주장도 나온다. 한 친명계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교섭단체 조정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국회에는 18개의 상임위가 있고, 교섭단체 요건을 20명으로 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12석을 가진 조국혁신당은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내면 된다”며 “이걸 두 당(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논의해 마음대로 바꾸는 것처럼 보이면 야권 전체에 역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5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 |
조국혁신당은 총선 전 원내교섭단체 기준 완화를 공언한 민주당의 답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총선 전과 후에 이 대표와 민주당의 생각이 바뀐 것인지 모르겠다”며 “우리 입장에선 법안을 바꿔달라거나 의원을 꿔달라고 민주당에게 마냥 빌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 조국 대표가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으니 공식적으로 무엇인가를 더 요청하기보단 일단은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 내 친명계 중심 부정적 기류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어제 이 대표가 조 대표에게 만나자고 한 것은 그런 기류를 의식한 것”이라며 “일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으니 진전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야권 인사는 “이 대표는 이 대표대로 조 대표와 대화를 이어가되, 바깥에서는 이 대표가 하지 못할 말들을 할 것”이라며 “교섭단체에 대해선 총선을 목전에 두고 공약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직접 못하겠다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또 친명계는 조 대표를 견제해야 한다는 개딸(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의 주장을 무시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