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골디락스 직면한 美연준의 고민 [이슈&뷰]

강력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통화 정책 완화 시점을 늦춰 물가를 잡으려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내수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경제 성장 속도가 꺾였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 정책이 적시에 효과를 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연내 금리 인하 단행을 둘러싼 연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1.6%로 집계됐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지난해 4분기(3.4%)와 비교할 때 성장률이 반토막 수준으로 크게 둔화한 수준이다. 전문가의 1분기 전망치(2.4%)보다도 한참 낮은 수치다. 반면 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3.4%로 집계되면서 지난해 4분기의 1.8%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1분기의 4.2% 증가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역시 1분기에 3.7% 증가해 전문가의 전망치(3.4%)보다 높았다. 1년 만에 다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한 것이다. 근원 PCE 가격지수는 연준이 인플레 추이를 판단할 때 가장 비중을 두고 살피는 지표다.

둔화하던 인플레이션은 반등하고 오히려 경제 성장률이 꺾이다보니 미국 경제의 ‘골디락스(인플레이션은 떨어지고 경제는 성장하는 이상적인 상태)’를 전제로 통화 정책이 속도를 조절하려는 연준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매체는 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물가를 낮추지 못하고 경제활동만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39.5%로 전날(33.7%)보다 크게 올랐다. 동시에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도 19.7%로 전날보다 7.1%포인트 오르면서 시장이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선 연준이 ‘통화정책 연옥(煉獄)’에 갇혀 있다”고 평가했다. 높은 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 지출은 더욱 커지면서 가계 부채 문제도 우려된다. 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연준 입장에선 또다른 난제가 던져진 셈이다.

1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은 2.5%로 지난해 4분기의 3.3%보다 낮았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만큼 소비 둔화는 미국 경제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수 있다.

컨퍼런스 보드의 수석 경제학자인 에릭 룬드는 “부채가 상당히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자 지불은 사람들의 재정 형편과 소비, 저축 능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높은 금리에도 고소득자의 소비는 억제하지 못하면서 저소득 가구는 피해를 입고 있다 ”면서 “하지만 연준이 이러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인플레이션은 다시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 속 물가는 상승한 지표나 나오면서 투자 심리는 급속히 냉각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75.12포인트(0.98%) 내린 3만8085.8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3.21포인트(0.46%) 하락한 5048.42를, 나스닥 지수는 100.99포인트(0.64%) 하락한 1만5611.76을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한때 600포인트 이상 급락했고, 나스닥 지수도 한때 200포인트 이상 빠졌으나 장후반에 진정을 되찾으면서 하락폭은 크게 줄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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