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연대’ 거리두는 나경원의 속내는 [이런정치]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선 이상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연대니, 이런 부분에 대한 표현에 대해서는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이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과의 ‘나이(나경원-이철규) 연대설’에 난색을 표했다. 총선 참패를 놓고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친윤 책임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데다, 차기 당대표직이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2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최근 여권에 고개 든 나이 연대에 선을 그었다. 나이 연대설은 일주일 뒤 열리는 원내대표 선거와 이르면 6~7월께 열릴 전당대회에서 두 사람이 ‘친윤 원내대표-비윤 당대표’ 구도로 손을 잡았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 사무총장, 인재영입위원장,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내 차기 원내대표 레이스에서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이 의원은 연대설을 계기로 단숨에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나 전 의원은 “당대표라는 자리는 제가 아직 고민할 시기도 아니고 제가 당대표가 제 정치의 목표다, 이런 생각을 그렇게 크게 해보지는 않았다”며 “그냥 제가 웃을게요”라고 했다.

이러한 나 전 의원의 반응을 놓고 당장 여권에선 친윤 책임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수도권 총선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민심과 괴리된 윤심’을 참패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친윤 인사와 연대설이 불거질 경우 수도권 당권 주자로서 위상이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은) 전국구 인지도와 수도권 중진, 여성, 비윤이란 점에서 굳이 친윤과 연대가 필요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연대설은 오히려 반감만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작년 3·8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 주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고, 이번 총선 5선을 달성한 직후부터 수도권 당권 주자로 거론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소통 사실을 인정하며 지난 전대에서 ‘초선 연판장 사태’로 대표됐던 친윤계와 갈등도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그가 차기 정치 행보를 고려해 신중한 답변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에서는 나 전 의원이 2년 뒤 지방선거에서 다시 서울시장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 차기 당대표직이 ‘서울시장 후보’로서 나 전 의원의 이미지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차기 당대표는 정부 임기 중반 192석의 ‘공룡’ 범야권을 상대로 당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인사들이 주축이 된 개혁신당과의 관계 설정도 과제다. 한 여권 인사는 “용산(대통령실)과 야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데, 삐끗하면 책임만 떠안고 상처투성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섣불리 출마를 단정지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 나 전 의원은 최근 중진 의원들에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이 인터뷰에서 “의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은 해본다”고 밝힌 것도 당권 외 선택지를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국회의장이라는 걸 무조건 다수당이 해야 되느냐,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좀 같이들 해봐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화두를 던졌는데, 이는 다선 중진으로서 국회의장 또는 부의장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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