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탈리아 베니스의 교회 외벽 [EPA]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이탈리아의 대표적 관광 도시 베네치아가 25일(현지시간)부터 세계 최초로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하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휴일과 주말 등 성수기에는 입장료를 내도록 해 인파 분산을 도모한다는 취지지만 곳곳에서는 불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찾아간 관광객들은 우선 입장료 지불 과정에서부터 혼선을 겪고 있다.
당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은 ‘도시 입장료’로 5유로(미화 약 5.35달러/한화 약 7천 원)를 낸 뒤 이를 증명하는 QR 코드를 내려받아야 하고 1박 이상 머무는 관광객에게는 무료 QR 코드가 발급되는데, 이같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이 불편을 겪는 것이다.
아일랜드에서 남편과 함께 여행을 온 한 여성은 검사원의 도움을 받고서야 가까스로 QR 코드 발급 절차를 마쳤다.그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며 “기술을 다루는 데 능숙하지 않을 경우를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남편도 “(베네치아가) 왜 이렇게 하려는지 이해는 가지만 ‘대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아직 입장료 부과 정책에 대해 알지 못하는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곳곳에서 “무슨 입장료를 말하는 거냐”며 당혹스러워하는 여행객이 눈에 띄었다.
입장료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도 거세다.입장료 부과가 관광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이동의 자유’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이날 베네치아 로마 광장에서는 약 500명이 모여 당국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 공동 주최자 페데리카 토니넬로는 “의회가 취한 조치 중 어떤 것도 주민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5유로는 사람들을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아르시’ 소속 활동가도 “이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돈을 내야 입장할 수 있는 도시가 됐고 이는 이탈리아 헌법과 이동의 자유라는 유럽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과잉 관광을 막기 위한 취지의 정책이 시행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피렌체 당국은 지난해 역사지구 내 신규 단기 주택 임대를 금지했고 걷기 길로 유명한 어촌마을 친퀘테레는 대표적 해안 길을 걷는 데 15유로를 부과하고 있다.
이탈리아 카프리섬은 4∼10월 페리호 티켓에 자동 부과되는 입장료를 기존 2배 인상해 5유로로 올렸다. 람페두사, 리노사 등 섬은 성수기에 비거주민의 차량 진입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