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수프라고? 더위가 오면 생각나는 ‘똠얌꿍’, 그 신맛 [혀 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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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끝의 세계
해외여행에서 먹은 한 파스타의 소스가 너무 궁금했지만 ‘몰라서’ 몇 년 동안 그리워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죠. 중식 스타일 면요리에 들어가는 굴소스였다는 걸 말이죠. 열린 신세계는 입맛의 지평을 넓혀줬습니다. 알고 먹으니 한입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먼 나라 이웃들의 입맛에도 문화에도 관심이 가게 된 이유죠. 세계의 식탁을 둘러 싼 숨은 이야기를 찾아가 봅니다. 눈으로 먼저 혀 끝의 세계를 만난 뒤, 주말이나 일상의 틈새에 새롭지만 즐거운 한입을 권해봅니다.

태국 음식의 대표 주자 똠얌꿍.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중국의 샥스핀 수프, 프랑스의 부야베이스와 함께 세계 3대 수프로 인정받는 똠얌꿍. 태국인에겐 한국의 김치찌개 같은 음식이죠.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태국에서 시작됐을 때, 그 당시 세계인들은 ‘똠얌꿍 위기’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웃픈(웃기고도 슬픈)’ 이야기가 있답니다.

현지인들은 감기에 걸렸을 때 똠얌꿍을 먹는다는 말도 있어요.

혀 끝의 세계, 이번 주말의 목적지는 똠얌꿍의 나라 태국입니다.

태국은 동남아 중심부에 있는, 남한 면적의 5배에 달하는 나라입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외세의 침략을 이겨 낸 나라라는 자부심이 강한 입헌군주제 국가죠. 3개의 계절을 가진 태국의 기후는 음식과 연결돼 있는데요.

연평균 습도가 79%, 높을 때는 최고 94%에 달하는 태국의 기후는 덥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여행을 가도 세 계절 중 그나마 시원한 11월에서 2월에 여행을 많이 갑니다.

태국 지도 [태국 대사관 제공]

이번 주말 태국 방콕의 날씨는? 세상에, 38도 ‘폭염’입니다. 이런 이유로 태국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식욕을 돋우는 음식이 발달했습니다. 시고, 맵고, 달고, 쓴 4가지 맛이 조화를 이루게 된 배경입니다.

또 태국은 중국 남부 광동성이나 푸젠성에서 이주한 중국인들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10%가 넘어요. 음식은 중국, 그리고 포르투갈, 인도 등 향신료 문화가 섞여 있습니다.

자 그럼, 오늘의 주인공 똠얌꿍을 본격적으로 알아볼까요. 태국으로 똠은 ‘끓이다’, 얌은 ‘샐러드를 섞다’, 꿍은 ‘새우’를 뜻하는 말입니다. 직역하면 새우와 향신료를 넣고 끓인 국이라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이 새콤한 국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라져요.

사실 이 태국어만 잘 이해해도 메뉴 주문이 쉬워집니다. ‘얌(샐러드)’이 들어간 얌운센은 쌀국수 샐러드, ‘볶다’라는 의미의 ‘팟’이 들어간 팟타이는 볶은 국수를 의미합니다. 밥은 ‘카오’인데요. 카오팟은 그렇습니다. 끈기가 없는 쌀밥을 녹색 야채와 계란으로 볶은, 볶음밥이죠.

똠얌꿍의 주 재료 중 하나인 블랙타이거새우. [게티이미지뱅크]

똠얌꿍에 새우가 들어갔다면 생선을 넣은 건 ‘똠얌 쁠라’, 닭고기가 들어가면 ‘똠얌까이’입니다.

똠얌꿍은 고대 시암 시대에서 태국 중부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데 사실 뚜렷한 정설은 없습니다. 다만 태국인들 사이에서는 신선한 새우가 풍부했던 짜오프라야 강 주위에서 이 음식이 발달했다고 전해집니다.

똠얌꿍의 식재료들. 한국의 파를 닮은 레몬그라스와, 생강을 닮은 갈랑갈이 주 재료다. [게티이미지뱅크]

또 다른 추측은 하나가 14세기 중반 아유타야 왕국의 궁중 요리사에 의해 발명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새콤하면서도 신 똠얌꿍의 비밀은 바로 향신료인데요.

이 맛을 내는 주요한 식재료는 레몬그라스, 갈랑갈, 카피르 라임잎입니다.

단 똠얌꿍에 들어가는 향신료는 맛을 내는 용도만 있기 때문에 먹지 않습니다.

한국의 파를 닮은 레몬그라스는 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갈랑갈은 후추와 생강을 섞는 향이 특징인데요. 보통 단맛과 풍미를 끌어올리는 닭 갈비뼈 부위로 육수를 낸 뒤 향신료와 토마토, 코코넛 밀크와 함께 얼큰해집니다.

똠얌꿍 그 자체에는 면이 없지만 국수처럼 추가하거나 ‘재스민쌀’과 함께 먹기도 합니다. 재스민쌀은 수분 함량이 낮아 고슬고슬한데 똠얌꿍과 잘 어울리거든요. 밥 위에 김치찌개를 올려 먹는 느낌이라 보심 됩니다.

똠얌꿍. [게티이미지뱅크]

그럼 한국에서 현지식에 가까운 똠얌꿍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어디가 있을까요.

특유의 시큼 달달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미쉐린 가이드에도 선정된 서울 마포구의 ‘툭툭 누들 타이’입니다. 임동혁 사장과 태국인 셰프가 의기투합해 2011년 오픈한 이곳은 태국을 떠올리는 인테리어가 특징이기도 합니다. 임동혁 사장은 소이연남을 비롯해 소이연남 마오 등으로 태국 음식 브랜드를 넓힌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좀 더 편하게 찾으시려면 아시안 음식 프랜차이즈 생어거스틴을 찾아봐도 좋고요. 명동 나들이 가실 때 태국 상무부가 부여하는 정통태국음식 인증마크 타이셀렉트를 받은 ‘타이가든’을 들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색다른 태국음식을 시도하고 싶다면 서울 종로구의 ‘호라파’도 추천해 드립니다. 한국인 손승희 셰프가 태국 음식의 본질을 살리면서도 한국 식재료로 재해석한 요리를 만나보실 수 있거든요. 방콕의 똠얌꿍에는 태국의 새우가 들어간다면, 호라파의 똠얌쁠라믁에는 강원도의 오징어가 들어가는 식입니다. 더운 여름이 빨리 다가온다는 이번 주말, 시큼한 빨간 국물로 속을 달래보는 건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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