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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옆집 복숭아나무가 본인 집에 설치한 태양광 시설을 가린다는 이유로 이웃을 살해하고, 말리던 이웃의 아내에게도 칼을 휘두른 40대 남성이 징역 23년을 확정받았다. 남성은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살인, 특수상해 등 혐의를 받은 A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A씨가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형량의 정도를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강원 철원군에 있는 주택에서 이웃 주민 7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이를 말리던 아내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살인 직후 만취 상태로 약 3km를 음주운전하다 도로 밖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낸 혐의 또한 적용됐다.
A씨의 범행 계기는 사소했다. 그는 피해자가 밭에 심어놓은 복숭아나무 가지가 본인의 집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가리는 문제로 다툼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도 A씨는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고, 넘어트리는 등 시비를 걸다가 피해자가 “내 땅에 심은 나무”라고 하자 격분, 살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을 맡은 의정부지방법원 11형사부(부장 조영기)는 지난해 6월, 이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이 피고인(A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자신의 배우자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피해자의 아내가 입었을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감히 가능할 수조차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과거에도 폭력범죄로 여러 차례 벌금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A씨에겐 법질서에 대한 존중심이 매우 빈약하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2심에선 징역 23년으로 다소 감형이 이뤄졌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1-2형사부(부장 김우진) 판사는 지난해 12월, 징역 23년을 택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2심에 이르러 1심에서 부인했던 혐의 등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유족에게 2000만원을 공탁한 사정 등을 고려했을 때 1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감형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2심)과 같았다. A씨 측은 2심 판결에 대해서도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형량의 정도가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징역 23년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