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한 마리 때문에 56명 죽였다…’우순경 사건’, 42년만에 추모

우범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파리 한 마리에서 시작된 다툼이 56명의 무고한 희생으로 이어진 ‘우순경 사건’ 피해자의 넋을 가리기 위한 추모행사가 42년 만에 엄수됐다.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 의령4·26추모공원에서 의령4·26위령제와 추모식이 거행됐다.

우순경 사건은 1982년 4월 26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의령경찰서 궁류지서 소속 우범곤 순경이 총기와 실탄 등을 탈취해 궁류면 일대 주민 56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30여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사건이다. 사건의 발달은 동거녀가 우 순경의 가슴에 앉은 파리를 잡기 위해 손바닥으로 때린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됐다.

주민 수십명이 희생됐지만, 당시 정권이 보도를 통제하면서 이 사건을 덮었다.

이때문에 이 사건은 ‘잊힌 사건’이 돼 지금까지 추모행사조차 열지 못했다.

오태완 의령군수와 유족 등 1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위령제는 제례, 국민의례, 경과보고, 주제영상 상영, 헌화, 추모사, 추모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마을 주민 다수가 같은 날 제사를 지낸다’는 주제영상 속 소개 멘트와 희생자 명단이 현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나올 때는 유족과 참석자 다수가 눈시울을 붉혔다.

헌화에서는 유가족 다수가 눈물을 훔치거나 고개를 숙이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오태완 군수는 “억장 무너지는 긴 세월을 참아온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어서 다행이다”며 “전 군민이 함께 역사적 사명감으로 이 사업을 완수했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의령은 ‘우순경 시대’의 아픔을 떨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고 약속했다.

추모행사가 거행된 의령4·26추모공원은 오태완 군수가 2021년 12월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와 면담에서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인데 그런 경찰이 벌인 만행인 만큼 국가가 책임이 있다. 그래서 국비로 이들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고 건의하면서 추모 공원 건립이 확정됐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