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하기 위해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떠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가자지구 전쟁 이후 증폭되는 중동 분쟁 해결을 위해 아랍 국가의 맹주인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한다.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협상의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29~30일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해 중동지역 파트너들과 만날 예정이다. 블링컨 장과는 사우디에서 열리는 걸프 협력회이(GCC) 장관회의와 세계경제포럼(WEF) 특별회의에 참석한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 외무 장관도 참서한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과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인질 석방을 위해 방문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를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 시도가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마스는 미국이 제안한 휴전 협상안을 논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5일에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안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하마스는 비협조적이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MSNBC 인터뷰에서 휴전 협상과 관련해 “새로운 동력과 활력이 있다고 본다”며 “진전 가능성을 찾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의 사우디 방문은 계기로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수교 협상이 제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수교를 통해 중동지역의 안정화를 이루고 이를 자신의 외교 성가로 부각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수교 조건으로 내걸은 가운데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면서 관련 협상은 전면 중단됐다.
리마 빈트 반다르 알사우드 주미 사우디 대사는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자국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는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향한 '불가역적인' 방안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백악관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수교 협상에 대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며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설명하자 사우디가 이를 즉각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사우디는 당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인정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략 중단 없이 수교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 입장에선 가자지구 휴전으로 시간을 벌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공존에 기반한 ‘두 국가 해법’을 논의할 장을 열어야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수교에도 진전을 볼 수 있다.
반대로 현재 진행중인 휴전 협상이 결렬되고 이스라엘 군이 라파 지상전을 강행하면 수교 협상의 문은 굳게 닫힐 수 있다.
사우디-이스라엘 관계의 전문가인 아지즈 알가시안은 가자지구 전쟁 국면에서 “수교의 대가는 확실히 올라갔다”며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해 단순한 약속이 아닌 보다 명확하고 되돌릴 수 없는 조처를 요구할 수 있다”고 AFP에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