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 대학교 캠퍼스에서 경찰의 체포에 대응하고자 시위자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대학에서 확산하는 반이스라엘 시위를 막기 위해 대학들이 경찰을 동원해 학생들을 체포하는 등 점차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지난 27일 기준 시위대 200여명이 세인트루이스 노스이스턴대, 애리조나주립대, 인디애나대, 워싱턴대에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8일 컬럼비아대가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를 축출하기로 결정했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체포된 시위자만 800명 이상에 이른다.
NYT는 “전국의 대학들은 지난 한 주 동안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전략을 사용해 왔다”며 “일부 학교들은 한발 물러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한 반면,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와 에모리 대학교와 같은 다른 대학들에선 경찰이 캠프를 해산하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체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고 전했다.
워싱턴대는 27일 성명을 통해 캠퍼스가 폐쇄됐으며 시위 참여자 1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올해 대선에 출마한 녹색당 후보인 질 스타인은 선거대책본부장도 있다고 대학 측은 전했다.
같은 날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에선 경찰이 천막 농성 참가자 102명을 체포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다만 대학 측은 신분증을 제시한 학생들은 석방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스이스턴대 대변인 레나타 뉼 대변인은 “이번 시위에 전문 조직원들이 침투됐다”며 “‘유대인을 죽여라”를 포함한 독성 반유대주의적인 비방의 사용이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시위자들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애리조나 주립대도 텐트를 무단 설치한 시위자 69명을 27일 체포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야영지를 만든 시위대를 향해 수차례 해산 지시를 알렸다고 했다. 인디애나 대학 블루밍턴에서도 지난 27일 23명의 시위자들이 추가로 체포됐다. 이 학교 관계자는 “대학 공간을 무기한 점거할 의도로 수많은 텐트가 지어졌다”고 체포 이유를 밝혔다.
대학에서 시위 참여자들을 체포하는 방식의 대응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발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학생과 대학 간 신뢰도 깨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에 초점을 맞춰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 시민 자유 단체인 ‘개인의 권리와 표현을 위한 재단’의 재크 그린버그 최근 대학들의 대응 방침에 대해 “경찰을 부르는 것은 위험을 수반한다”면서 “경찰관들이 학생들이나 교수들을 체포하는 모습에서 대학과 학생간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법률의 전무이사 디마 칼리디는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대량학살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평화 시위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해 억압하는 것은 우려스럽고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번 단속은 대학들이 언론 자유의 역할과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된 반유대주의에 직면해 유대인 학생들을 포함한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균형을 맞추려는 긴장감이 내제돼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