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장기전략위원회 주최 미래전략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정부가 인구 감소로 인한 일손부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구 정책의 초점을 ‘생산성’ 향상에 두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단기간 출산율을 높인다고 해도 노동공급 증대 효과는 20~30년 후에나 나타나는 만큼 당장 현실로 닥친 인력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과 외국인 경제활동인구를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게임 체인저는 ‘생산성 향상’”=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정책과제’ 주제로 열린 미래전략포럼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차원의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출산율뿐 아니라 경제활동인구와 생산성을 동반 제고하는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역대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적잖은 재정을 투입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예산은 279조9000억원에 달하지만, 당장 올해 2월 출생아 수는 1만936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8명(3.3%) 감소했다.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2월 기준 2만명을 하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부총리는 “우리나라는 2015년 이후 출산율이 급락해 지난해 0.72명을 기록했고, 2020년 이후 인구 감소가 가시화됐으며, 내년에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면서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공급이 줄고 소비·투자가 위축돼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재정·복지의 지속가능성이 악화되는 등 우리 경제의 ‘역동성’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실로 닥친 인력부족에 대응하기 위해선 여성과 외국인 등 경활인구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15~64세 여성인구는 1790만7000명인 반면 이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1.8% 수준이다. 이를 OECD 평균수준인 65.8%까지 4%포인트 높이면 71만6000명의 일손이 늘어난다. 결국 “인구위기 대응의 게임 체인저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OECD 상위 25% 수준으로 향상되면, 2060년 성장률이 0.8%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며 “출산율 제고 정책도 절감된 재원으로 실효성 높은 사업에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부터”=박재완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개회사를 통해 “인구배당의 역습으로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노동의 성장기여도가 조만간 마이너스로 바뀔 전망”이라며 “정부는 그간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인구위기에 대응해왔지만, 출산율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아이 낳기를 어렵게 하는 경제·사회 구조 자체를 개혁하는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면서 “우선 대기업·정규직·노조원에 유리하고 중소기업·비정규직·미조직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초저출산의 근저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있다”면서 “고용 안정성과 일·가정 양립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출산은 너무나 먼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이중구조 하에서 대기업·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를 향한 무한경쟁이 사교육 경쟁, 수도권 집중, 주거비 상승 등으로 파급되며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경제·사회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에 불리한 연금제도 등도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날 중장기전략위원회는 포럼을 통해 ▷저출산 재정·세제지원 효과성 제고 ▷일·가정 양립 여건 조성 ▷전략적 외국인재 활용 ▷교육 격차 완화 및 미래인재 양성 ▷지방균형발전 ▷중소기업 혁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및 근로유인 제고 등 모두 7가지의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끝으로 최 부총리는 “인구위기가 경제 역동성을 저하시키고 이것이 다시 인구위기를 악화시키는 ‘인구-경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엄중한 인식으로 모든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며 “정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 학계와 언론,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훈·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