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를 수행한 유영민(오른쪽) 박사와 신성주 박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수입에 의존하는 유기용매 재사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차세대 나노여과 분리막 제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유영민 박사팀은 폴리벤즈이미다졸(polybenzimidazole, PBI) 소재를 활용한 고성능 고내구성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리막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소재로는 내구성 및 분리 성능이 떨어져 적용할 수 없었던 다양한 유기용매 분리·정제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실증을 통해 산업계가 가열 방식의 분리·정제 시 투입하던 많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줄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기용매는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의약품 합성의 반응 매개체로, 또는 석유로부터 다른 기초화학원료를 생산할 때 반응물을 용해시키는 용도와 정밀화학 산업에서 고순도 물질이 필요한 실리콘 웨이퍼·화장품 등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유기용매 시장은 매년 7.10%의 성장률을 보여, 2029년에 404억 달러 규모가 예상된다. 최종 물질을 생산할 때는 중간에 포함됐던 유기용매를 가열하거나 분리막으로 걸러내게 되는데, 일부는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버려지게 되어 국내 폐 유기용매 발생량은 매년 2백만 톤을 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기용매를 효율적으로 분리·회수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연구 중이다. 그 중 분리막을 이용한 유기용매 나노여과 방식은 가열 후 분리하는 증류 방식에 비해 에너지가 적게 소모되고, 다양한 유기용매 분리에 적용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제조된 PBI 소재 분리막의 유기용매 투과도를 시험하기 위해 장비에 넣는 모습.[한국화학연구원 제공] |
유영민 박사 연구팀은 PBI 소재로 나노여과 분리막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기술인 후가교 방법을 새로 개발했다. 새로운 가교법은 기존 PBI 소재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리막의 가교법과 비교할 때 분리막의 기공(구멍)들을 균일하고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유기용매는 잘 배출하고 원하는 용질은 잘 걸러낼 수 있게 됐다.
특히 다양한 유기용매 분자가 분리막 통과에 필요한 에너지 장벽이 감소, 기존보다 72% 높은 유기용매 투과도와 용질의 선택도를 6% 이상 높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기용매 분리막 공정 도입을 통한 각 산업 분야의 에너지 효율 향상 뿐만 아니라, 20% 가량 폐기되는 유기용매의 재활용과도 연결돼 있다. 국가적으로 수입률이 높은 유기용매에 대한 재사용률을 높여 경제성을 높이고, 환경적인 면에서는 독성이 강한 유기용매의 폐기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가교된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리막은 가교 전 막과 비교해 강한 유기용매인 디메틸포름아마이드, 메틸피롤리돈에 침지 후 3주 이상 보관해도 녹지 않고 잘 견뎠다. 가교 전 사진의 좌측 첫 번째, 두 번째 샘플을 보면 바닥에 분리막이 남아있지 않고 모두 녹아 없어졌고, 분리막이 녹아 유기용매 색이 노랗게 변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
연구팀은 현재 후속 연구로서 가교된 PBI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리막에 대한 파일럿 스케일 검증 단계에 있다. 앞으로 모듈화 및 시스템 최적화를 거쳐 2026년 상용화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정밀화학 분야를 비롯한 타 화학 산업 및 바이오매스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확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원장은 “유기용매 분리·정제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하고, 유기용매의 재활용 효율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며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환경오염 최소화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분리막 공정 과학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멤브레인 사이언스’ 3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