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중국이 과거 한국 등 미국의 동맹을 경제적으로 압박했을 때 미국이 돕지 않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미국 정부가 3년전에 중국의 경제적 강압 대응 전담팀을 구성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가 중국이 2021년 리투아니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한 뒤로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당한 동맹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팀을 만든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제적 강압은 중국이 정치·외교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막대한 경제력을 이용해 상대국을 압박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주한미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한 이후 중국이 한국에 가한 보복이 대표적인 예다.
국무부의 전담팀은 일종의 컨설팅회사처럼 운영되며 비공식적으로는 ‘회사(the firm)’로 불린다. 호세 페르난데스 국무부 경제차관 밑에서 중국 정책조정관으로 있는 멜라니 하트가 이끌고 있으며 총 8명으로 구성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동맹국이 요청하면 국무부 경제학자들이 해당 국가와 중국의 교역 관계에서 취약점을 분석한 뒤 수출시장을 중국 외의 지역으로 다변화할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돕는다.
해당 국가가 요청할 경우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중국의 행동에 대한 다양한 대응을 모색하는 가상의 훈련(TTX)을 하기도 한다.
중국은 리투아니아가 2021년 11월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표부 개설을 허용하자 교역을 끊는 등 경제적 보복을 단행했다. 이에 미국은 수출입은행에서 6억달러 상당의 신용을 제공하고 농산물을 미국에 수출하기 더 쉽게 해주는 등 리투아니아를 다방면으로 지원했다.
그전에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단체 관광을 중단하고, 호주산 석탄, 와인, 소고기를 불매해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
미국이 리투아니아를 지원한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유럽의 10여개 국가가 국무부에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비하거나 이를 완화할 방법과 관련한 안내를 요청해왔다고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전르난데스 차관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국가들이 찾아오고 있고 여러 국가는 ‘우리도 리투아니아와 같은 대우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온다”고 말했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의 경우 중국이 필리핀산 농산물을 불매할 가능성에 대비해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과 농업 분야 지원 등과 관련해 미 국무부의 조언을 받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국무부가 과거 중국이 한국이나 호주를 압박했을 때 미국이 충분히 돕지 않았다는 인식 때문에 이런 전략을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과거에 있었던 중국의 강압 사례에서 미국이 충분히 행동하지 않았다는 인식에 대해 질문을 받고서 “그건 타당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재 미국은 제재와 관세, 수출통제, 프렌드쇼어링(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등 경제·무역 정책을 활용해 중국에 직접적으로도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의 분열 때문에 우방국에 미국 시장을 개방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역협정은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고, 바이든 행정부도 대선 영향을 고려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무역 분야 합의에서 후퇴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무역센터의 데버라 엠스는 “미국 입장에서는 공세적인 무역 정책이 없기 때문에 어렵다”면서 “미국이 경제 측면에서는 현재나 미래의 파트너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