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포센 미국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이 30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요동치는 세계경제, 긴급 진단 세미나’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한경협 제공] |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2026년에는 ‘제 2의 플라자합의’가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1985년 미국의 재정·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G5(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국가 재무장관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화 강세를 시정했던 조치가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3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주최한 ‘요동치는 세계경제, 긴급 진단’ 세미나에서 아담 포센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 및 한국의 비즈니스 대응’이라는 주제로 기조발표를 갖고 이 같이 말했다. PIIE는 국제경제 정책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두고 1981년 설립된 초당파,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으로 평가된다.
포센 소장은 미국 기준금리의 경우 올해 인하는 없거나 한 차례 정도에 그치고 내년에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등 주요 7개국(G7)과 중국의 국방·탄소·산업정책 재정소요 확대, 중국 자금의 서방국가 유입 감소, 위험 기피 현상 감소 및 생산성 제고에 따른 미국의 10년물 국채 실질금리는 향후 수년간 우상향할 것”이라며 중장기 금리 상승 기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외환시장에서는 한때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됐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선 것은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이다. 이후 급락하며 150엔 중반대에 거래됐는데 이를 두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포센 소장은 강달러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25년 미국의 통화 긴축 사이클이 재개돼 달러화에 추가 상승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및 재정적자 증가는 2026년에 플라자 2(Plaza II)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라자합의는 1985년 9월 미국의 플라자호텔에서 G5 재무장관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도록 결의한 조치다. 당시 미국의 재정·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일본 엔화 절상을 관철시켰던 플라자 합의가 재추진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포센 소장은 또 “조 바이든이나 도널드 트럼프 모두 2기 정부의 첫 단계는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수입에 대한 보호조치가, 다음은 중국 의약품에 대한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며 “바이든 2기는 트럼프 2기보다 역외 수출통제와 제재가 훨씬 공격적이고 엄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바이든 1기가 도입한 각종 세금감면 조치(법인세율 인하 등)가 2026년 1월 만료되면 금리와 재정 불확실성은 바이든보다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대외 변수 전망에 이일형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 금리인하 시점 지연과 엔 캐리 트레이드 수요의 불확실성, 아시아 화폐에 대한 매도 포지션 지속,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달러 선호 현상 등 당초 예상치 못한 복병이 부상하고 있다”며 관련 지표 변화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당부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내수 부진과 기업 수익성 악화로 경기 회복이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계획)을 사전에 강구해 글로벌 리스크의 국내 전이를 차단하고 경영활력 제고 노력으로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태수 KAIST 교수는 “최근 중동 리스크와 미 연준의 금리인하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인플레이션 재상승, 강달러 지속, 차입금리 인상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 유가 급등에 대응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