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나서도…‘슈퍼 엔저’ 반전 어려울듯

엔/달러 환율이 34년 만에 160엔을 돌파했지만 ‘슈퍼 엔화’ 추세를 반전시킬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슈퍼 엔저 현상이 지속되는 원인을 ▷늦은 정부 개입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지연 ▷높은 정부 부채 비율 등으로 꼽았다. 달러당 엔화는 29일 장중 160엔을 돌파했다가 오후에 4엔 가량 급락했다. 달러당 160엔 돌파는 199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24일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달러당 155엔을 넘긴 후 환율 급등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개입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달러당 160엔을 넘어선 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금융당국은 2022년 10월 엔/달러가 152엔으로 오르자 600억달러를 들여 시장개입에 나섰고 1998년엔 148엔을 보였을 때도 움직였다.

로이터는 “대부분의 외환 트레이더는 일본은행이 150엔 선에서 개입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160엔을 넘어선 후에야 이뤄졌다”며 개입 시점이 생각보다 늦었다는 분석을 전했다.

일본 정부가 움직일 여력이 없다는 점도 엔화 약세를 바꾸기 힘들게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일본은행은 현 통화 정책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4월 금융정책회의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엔저를 용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일본 사이 금리차가 큰 상황에서 일본 정부 부채 비율이 높아 국채 판매나 외화 매입도 쉽지 않다. 로이터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수익률은 현재 일본보다 3.7%포인트 더 높다”며 “이런 차이는 연기금과 같은 대형 투자자의 일본 국채 매입을 꺼리게 하고, 엔화 수요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1994년 85%였던 일본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지난해 260%에 육박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뉴욕 FX 스트리트 수석 분석가인 프레드 트레비사니는 “일본 엔화가 다른 방향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는 모멘텀을 구축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엔저 현상은 일본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이터는 가장 큰 문제로 노동력 저하를 꼽으며 “엔화 약세는 해외 근로자에게 일본 근무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린다”며 “베트남 이주 노동자부터 인도, 동남아시아 출신의 기술 엔지니어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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