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받을래”vs“원해도 못 쉰다”…‘근로자의 날’ 근무도 양극화

근로자의 날인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근로자의 날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사업장 규모와 업종 등에 관계없이 모두 적용받는 유급 휴일이다. 사진은 서울페스타 2024가 열린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서울페스타 행사장 앞.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이용경 기자] #1.생명공학 관련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정모(33)씨는 근로자의 날과 5월 황금연휴 기간을 맞아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났다. 정씨에게는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라는 인식이 당연하다. 정 씨는 “5월은 돈 나갈 일이 많아서 수당을 받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2. 한 아파트에서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는 김모(62)씨는 근로자의 날에 쉬고 싶지만, 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법정 휴일이라고 해도 영세 관리 업체에서는 쉬고 싶다는 말을 꺼낼 수 없는 분위기라고 한다. 김 씨는 “그래도 이렇게 직업이 있고, 근무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법정휴일이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근로자가 쉬더라도 급여를 지급해야 하고, 일을 한다면 휴일 수당을 줘야 한다. 문제는 근로자의 날 휴식이 근로자의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근무지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근로자의 날’ 직장인 4명 중 1명가량이 출근하지만, 이들 중 37%는 휴일근로수당 또는 보상휴가를 받지 못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HR기업 ‘인크루트’가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지난달 23∼24일 직장인 10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로자의 날 당일 근무한다는 답변은 24.3%로 나타났다. 작년 동일 조사(30.4%)와 비교했을 때 출근하는 직장인은 6.1%포인트 줄었다.

규모별로 보면 근로자 수 5인 미만 기업의 근로자 가운데 41.3%가 출근한다고 답했다. 이어 공기업·공공기관(29.5%), 중소기업(22.2%), 중견기업(22.2%), 대기업(14.9%) 순을 기록했다. 근로자의 날 당일 근무자들에게 회사가 휴일근로수당 또는 보상휴가를 주는지 묻자 37.2%가 ‘주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준다’는 답변은 37.5%, ‘모르겠다’는 답변은 25.3%였다.

지난해 근로자의 날을 맞아 김포공항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는 모습. [헤럴드경제 DB]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A씨는 “수요일과 토요일이 고정 휴무라 쉬는 것이지, 근로자의 날이라 쉬는 게 아니다”라며 “근로자의 날을 맞이해 휴무 관련 문의를 하니 회사에선 ‘근로자의 날이 법정휴무가 아닌 법정기념일로 휴일근로 수당이나 대체휴무를 주는 것이 회사의 재량이고 이외 빨간날도 마찬가지’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동료들이 근로자의 날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지금까지 적용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며 “동료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곳에서 근무를 해온 것인지, 서비스 직군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하고 수긍하는 현실이 너무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는 황모(23)씨는 “이곳에서 일한지 2년이 넘었지만, 5월 1일 월급을 더 쳐줘야 한다는 사실을 듣지도, 확인한 적도 없다”라며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챙겨주고 있다’는 답만 돌아올뿐 실제로 수당을 받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급·일급제 노동자의 경우 휴일 근로에 임금 100%를 더 붙여서 계산해 줘야한다. 만일 이를 어길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근로자의 날에 휴무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공무원들의 경우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아 근로자의 날에 휴무를 보장받지 못한다. 공무원들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아 이날 정상적으로 근무한다. 이에 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도 노동자’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공무원도 헌법에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는 노동자”라며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공무원노조법을 폐지하고 온전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의 날’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보상안을 사회가 마련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이정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근로자의 날의 유래는 근로자들이 연대하고 축하하는 날인데,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어떤 사람들은 쉬고 어떤 사람들은 못 쉬는 부분이 있다”라며 “한 조직 내에서도 이를 두고 (생각이) 나눠지는데, 이 사회가 돌아가게 하려면 누군가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최소한의 근무 인력 같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 그 희생에 대해 대체휴가를 주거나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방법을 사회가 확실히 보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대기업은 갈수록 복지를 확대하고, 중소기업은 갈수록 복지를 없애가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법을 개정하는 등 사회보장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이와 더불어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일하자는 인식을 확산시켜 근로자의 날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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