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미국 뉴욕에서 시민들이 ‘마리화나(대마) 축제’를 기념하며 대마를 피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미국 보건 당국에 이어 법 집행 당국도 마리화나(대마)를 덜 위험한 마약류로 재분류한다고 A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민주당 정권이 젊은 유권자와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의료 목적으로 대마를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는 한편, 대마가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몇몇 약물보다 남용될 위험이 적다는 것을 인정할 예정이다.
DEA의 입장이 백악관 승인, 민간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경우 대마는 케타민(마취성 물질)과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등과 같은 3등급으로 분류된다. 현재 대마는 중독·남용 위험과 의료 효과에 따른 마약류 5등급 분류 체계 중 헤로인, LSD, 엑스터시 등과 함께 의료용으로 쓸 수 없는 1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3등급 분류가 되면 대마 판매 기업이 미국 주요 증시에 상장할 수 있으며 대마가 이미 합법화된 캐나다 등의 외국 기업이 미국에서 대마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등 합법화로 가는 길이 폭넓게 열리게 된다.
대마에 대한 의료 연구도 더욱 쉬워질 예정이다. 대마 판매 기업들도 2030년까지 매출 7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등급 분류가 대마를 오락용으로 완전히 합법화한 것은 아니다. 3등급 약물 역시 통제받는 물질로서 관련 규칙과 규정의 적용을 받으며, 허가 없이 거래한 사람들은 연방 차원의 형사 기소를 당할 수 있다.
대마의 마약류 등급이 최종 결정되려면 백악관의 검토 등을 거쳐야 하지만 DEA의 입장 변화는 중요한 관문을 넘은 셈이다.
한편 이번 정책 전환은 11월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젊은층 득표 전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최근 18세에서 25세 사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 중 65%는 대마 합법화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반대를 표명한 사람은 14%에 불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10월 보건복지부(HHS)와 법무부 등 관련 부처에 대마의 마약류 등급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HHS는 DEA에 대마를 3등급으로 분류할 것을 지난해 8월 권고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워싱턴DC와 연방 토지 등에서 대마를 단순 소지하거나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받은 사람들을 사면하는 등 대마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