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미국의 싱어송 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번 대선에서 누구 편에 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전현직 대통령의 초박빙 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스위프트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표심을 좌우해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스위프트의 일거수일투족이 중도층이 많은 젊은층 4000만 명의 표를 움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 중 하나인 팬실베이니아주에 사는 28살 크리스티 피셔는 스위프트의 광팬이다. 그는 “대선에서 테일러의 판단이 중립적인 입장의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없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스위프트도 펜실베이니아 출신이다. 스위프트의 팬들은 여성 인권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그의 가치관에 공감하는 Z세대 젊은층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앞서 스위프트는 대선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된 ‘슈퍼 화요일’인 지난달 5일 팬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팔로워 2억8200만명에게 대선 예비선거에 투표할 것을 독려했다고 전했다.
스위프트는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지지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미국 인구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투표율은 66.8%로 120년 만에 가장 높았다. 18~29세의 투표율은 50%로 이전 대선인 2016년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이들 중 60%는 바이든에 투표해 젊은층 유권자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올해 18~27세 미국 Z세대 유권자는 4080만명에 달한다. 미국 민주당 계열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중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보다 7%p 증가한 수치다.
민주당 정치인들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스위프트의 지지를 바라고 있다. 맥스웰 프로스트 민주당 하원의원은 “우리는 스위프트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그(스위프트)가 팬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스위프트의 바이든 지지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스위프트에게 “나는 재임 기간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롯한 모든 음악가를 위해 ‘음악 현대화법(Music Modernization Act)’에 서명했다”며 “그녀가 아주 많은 돈을 벌게 해준 남자와의 의리를 저버릴 리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2018년 음악현대화법에 서명해 디지털 음악 시대에 맞게 저작권법을 개정해 작사·작곡가들이 스트리밍 등에 따른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미국 여론조사 분석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현재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제외한 6개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차이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프트의 입김 하나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정세다.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은 젊은층 이탈을 걱정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30세 이하 유권자의 지지율은 50%로 4년 전 만큼의 열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젊은층 중에는 “트럼프와 바이든 어느 쪽도 투표하지 않고 싶다”고 답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중동 정세도 젊은층에서 바이든의 표를 앗아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지난달 공개한 조사에서 바이든의 외교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부정적 의견은 젊은층에서 두드러졌다.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학에서의 가자지구 반전시위는 뉴욕 컬럼비아대학 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많은 학생들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토드 벨트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환경보호와 낙태금지 반대, 민주주의 유지 등에서 유리한 위치”라며 “문제는 중동 문제로 젊은층 표심이 돌아서면 재선에 치명성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