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도 사치”…인플레에 지갑 닫는 저소득층

맥도날드 간판. [A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저소득 소비자들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패스트푸드나 음료 같이 자주 이용하던 식음료도 가격이 부담돼 먹지 못하는 실정이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BC에 따르면 미국 소비재 대기업들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저소득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고 일제히 언급했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어닝콜(실적 발표 전화회의)에서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소비자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소비자들은 일상적인 소비에서 가격 상승에 직면하면서 지출하는 모든 비용에 대해 훨씬 더 차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고소득 소비자들은 지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저소득 소비자들은 더이상 가격 상승을 흡수할 수 없어 더 저렴한 선택지로 바꾸거나 아예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맥도날드의 1분기 실적은 월가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조정 후 주당순이익(EPS)은 2.70달러로 예상치 2.72달러보다 낮았고, 전 세계 동일매장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해 전문가들이 추정한 2.1%에 미치지 못했다.

회사 측은 가난한 고객들이 패스트푸드 소비를 줄이고, 그 대신 집에서 요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켐프친스키 CEO는 “가격이 저소득 소비자를 밀어내는 만큼, 식사 고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가격에 초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카콜라는 미국 내 수요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지만 북미 지역의 식당, 술집 등에서 저소득 소비자의 가격 압박으로 제품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밝혔다.

존 머피 코카콜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저소득층에서는 구매력이 위축돼 있다”며 “가치를 추구하는 행동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은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소득 소비자를 위해 더 크고 저렴한 제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슬레는 저소득 소비자들이 냉동 제품 구입을 줄이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습니다.

안나 만즈 네슬레 CFO는 “저소득층 지원 푸드 스탬프 프로그램 ‘스냅’의 혜택 축소와 인플레이션으로 구매력이 50% 감소했다”고 부연했다.

펩시코 역시 1분기 북미 음료 사업부 판매량이 5% 감소했다.

라몬 라과르타 펩시코 CEO는 “저소득 소비자들이 ‘긴축’을 하고 있다”며 “월말까지 예산을 맞추기 위해 많은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3M, 뉴웰브랜드 등 소비재 기업들도 실적 발표에서 인플레이션을 사업 악화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두 회사는 소비자의 재량 지출이 계속 약화하고 있다며 2분기와 올해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도 1분기 소매업체 신용카드 사용액이 감소했다며 저소득 소비자들의 경제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이날 연례 주주총회에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소비 격차를 가리켜 “K자형 경제”라고 명명했다.

그는 “많은 소비자들이 소비를 계속하고 있지만 저소득 고객들은 연체율이 증가하고, 신중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심리는 얼어붙은 상태다. 4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2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콘퍼런스보드는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97.0으로, 직전월 수정치인 103.1보다 하락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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