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가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부진 속에서도 저마다 1분기 적자폭을 축소하는 등 반등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2분기부터 석유화학 산업의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적자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LG화학은 1분기 석유화학부문에서 매출 4조4552억원, 영업손실 31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줄였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4조2600억원)도 늘었고, 영업손실(1170억원)도 줄어들었다. LG화학은 원료가 상승 부담에도 긍정적인 나프타(납사)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와 비용절감 활동 등으로 적자폭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2분기에는 석유화학 부문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고유가·고금리 장기화 등 불확실성은 있지만 가전 등 주요제품이 성수기에 들어가고 고부가 제품의 신규 라인 가동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석유화학 산업은 2분기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올해 경영 성과는 분기를 거듭할수록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화솔루션 역시 케미칼 부문 매출액은 전분기(1조1227억원)보다 8.9% 늘어난 1조2223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손익 역시 전분기(793억원 손실)보다 적자폭이 줄어든 189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글로벌 수요는 부진했지만, 폴리에틸렌(PE)을 비롯한 일부 제품의 마진이 개선되면서 케미칼 부문의 적자폭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롯데그룹 화학군의 롯데정밀화학의 경우 케미칼 사업부문 매출이 전 분기보다 7.7% 감소한 2800억원을 기록했지만, 일부 품목의 시황 변동 등으로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케미칼 사업부문의 반도체용 소재 등의 수익성 개선으로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27.1% 늘어난 10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사업 부문 실적도 비슷한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화학사업 영업이익으로 전분기보다 1241억원 증가한 1245억원을 기록했다. 정기보수 종료에 따른 물량 증가, 벤젠(BZ) 스프레스 개선에 따른 마진 상승 및 나프타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에쓰오일(S-OIL) 역시 1분기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으로 전 분기(339억원)보다 늘어난 480억원을 기록했다. S-OIL은 2분기에도 아로마틱은 파라자일렌(PX)과 BZ 시장은 계절적 수요 증가 등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달 7일과 9일 각각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금호석유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유사한 추이를 보일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673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8.31% 감소했지만 전 분기 대비 84% 늘어난 수치다. 합성고무 시황 호조와 합성수지·페놀유도체 적자 축소에 힘 입었을 것이란 예상이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영업손익 추정치는 1171억원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 분기 2626억원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적자폭을 절반으로 축소한 것이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