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4 오토차이나’에서 방문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정부의 규제 완화와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중국의 전기차(EV)와 자율주행차 산업이 급성장하며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이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중국의 BYD(비야디)와 샤오미 등 전기자동차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정책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지원했다. 막대한 보조금과 정부 지원으로 산업을 부양한 뒤 지방 정부들 간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전략을 썼다. 그 결과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뿐 아니라 내륙의 각 성에서 잇따라 전기차 공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중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올해 처음으로 1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신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이미 30%를 넘어섰다. 지금 추세라면 전기차 보급률 50% 달성이 당초 목표한 2035년보다 앞당겨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 정부가 해외 완성차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자국 전기차에만 특혜성 보조금을 줬다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4 오토차이나’에서 방문객들이 샤오미 SU7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AP] |
배터리 생산 기술의 첨단화와 가격 하락 등도 중국의 전기차 산업 추진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 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닝더스다이(CATL)는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4 오토차이나’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인 셴싱 플러스를 공개하고 10분만 충전해도 600km 주행이 가능하며, 30분 동안 완전 충전 시 약 100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배터리 용량뿐 아니라 전기차의 차내 공간과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이 더 넓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기로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는지 판단하는 요소로 ‘차량의 무게’가 중요했으나 더욱 강력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자동차의 크기와 무게를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의 IT 기업 샤오미도 이번 베이징모터쇼에서 첫번째 전기차인 SU7을 출시한 후 27분 만에 5만대가 팔리는 인기를 누렸다. 외관은 포르쉐의 자동차와 닮았다는 평가가 많지만 SU7 표준 모델의 가격은 포르쉐의 5분의 1 수준인 21만5900위안(약 4010만원)이다. 상위 모델인 프로와 맥스는 각각 24만5900위안(약 4570만원) 29만9900위안(5570만원)이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SU7의 성능을 설명하면서 “테슬라를 제외하고 우리보다 더 나은 경쟁자는 없는 것 같다”고 자신했다.
중국 당국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규제 완화도 앞당기고 있다. 머스크의 방중에 맞춰 중국은 테슬라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안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렸다.
NYT는 중국 당국의 이번 데이터 반출 승인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자율주행차 개발을 추진하려는 중국 정부의 열의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번 통지에서 검사 통과 판정을 받은 업체는 테슬라뿐 아니라 BYD와 니오(Nio) 등 5개 기업이다. 중국에서 외자 기업이 자동차 데이터 안전 검사 적합 판정을 받은 것은 테슬라가 처음이자 유일한 기업이다.
테슬라의 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 기능도 잇따라 미국 정부의 안전 조사 대상이 되고 있지만 중국 규제 당국은 인간 운전자에 의존하는 것보다 오토파일럿 기능이 더 안전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자율주행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출시된 포드의 머스탱 마하 1 모델 [AP] |
오랜 기간 자동차 역사를 이끌었던 유럽, 미국 등 서구 기업이 중국의 자율주행과 전기차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의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5년 동안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많이 잃었다. 지난 2020년 베이징모터쇼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포드의 머스탱 마하-E는 지난해 10월 생산을 줄이고 관련 투자를 연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중의 관심은 증발했다.
이에 더해 테슬라는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9%, 55% 감소했다고 발표했으며 14만여명에 달하는 급속충전 시스템 사업부문을 운영하던 팀 전원을 해고하기까지 했다.
크라이슬러차이나 빌 루소 전 사장은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유일한 강력한 글로벌 경쟁자로 부상했다며 “만약 그들(테슬라)이 죽는다면 미국에서 EV 시장 전체가 테슬라와 함께 없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럽연합(EU)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 보조금 관세 조사에 나선 가운데, 독일 폭스바겐차이나의 랄프 브랜슈테터 CEO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유럽에서 자동차 부품을 구입하여 유럽에서 자동차를 조립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유럽과 같은 환경에서 유럽과 같은 인건비를 내도록 경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