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전환 없었지만 ‘고금리 지속’…양적긴축 속도 완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워싱턴DC 윌리엄 맥체즈니 마틴 은행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워싱턴DC 윌리엄 맥체즈니 마틴 은행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

“다음 정책 움직임이 금리인상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5.25~5.50%로 동결했다. 기정사실로 여겨지던 결과다. 시장의 관심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얼마나 매파적인 메시지 내놓을 지에 쏠렸다. 지난 1~3월 내내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올해 금리 인하 지연은 물론이고 인상까지 점쳐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파월 의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금리인하와 금리인하를 하지 않는 경로가 있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현 정책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통화정책의 초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수준인 2%를 웃도는 2%대 후반을 보이고 고용시장까지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이번 파월의 발언은 ‘덜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월 의장은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며 여전히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고용시장의 예상치 못한 약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도 시사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까지 종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의 기준금리를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오랜 기간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를 예고한 것과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인플레이션 고착화로 인해 연준이 관망 상태를 연장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연준은 현 기준금리는 5.25~5.5%로 유지하고, 6월부터 양적긴축(QT)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앞서 연준은 3월 회의에서 양적긴축 속도조절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연준은 이번 성명을 통해 “6월부터 월별 국채 상환 한도를 월 60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축소해 보유 증권의 감소 속도를 줄일 것”이라면서 “기관 부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에 대한 월 상환 한도는 350억달러로 유지하고 이 한도를 초과하는 원금 상환액은 국채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연준이 양적 긴축 속도를 줄이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양적 긴축 규모가 줄어들 경우 금리 상승 압력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연준이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데 그치자 월가는 안도했다.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던 이들은 적어도 올해 인하할 것이라는 기본 시나리오를 유지하게 된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밥 미셸 채권 글로벌 책임자는 이날 블룸버그에 출연해 “5월 FOMC 회의 결과가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 분석가도 “파월이 우려했던 것보다 매파적이지 않았고, 시장을 뒤흔들기보다는 FOMC 성명을 지지하는 발언이었다”며 “기본 메시지는 금리 인하가 연기된 것이지 철회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WSJ는 올해 한 번 정도 금리 인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라고 전했다. 6월 금리 인하 기대는 완전히 물 건너 갔고 잘해야 한 차례 정도라고 보는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OMC 회의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이날 오후에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42.6%,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10.6%, 0.7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0.7%로 나타났다. 9월 회의에서 동결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46.2%로 나타났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파월 연준 의장이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이 아닐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애썼다”며 “연내 3회 인하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올해 기본 시나리오는 금리 인하인 것 같다”고 총평했다. 이어 “경제지표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6월 인하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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