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AMD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가 나란히 하락했다. 이들을 고객사로 둔 국내 반도체주들도 여파로 2일 오전 주가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9시 8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77%(600원) 오른 7만8100원을 나타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시간 2.01%(3500원) 하락한 17만700원, 한미반도체는 3.11%(4200원) 떨어진 13만8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오전 국내 반도체주가 혼조세를 보이는 이유는 전일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 동반 하락 영향으로 풀이된다. AMD는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자 주가가 9.48%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AI칩 경쟁사로 평가받는 AMD의 실적 발표 여파로 동반 하락, 주가는 전날보다 3.89% 떨어졌다. 엔비디아로부터 인공지능(AI)칩을 공급받아 서버에 탑재하는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15.88% 폭락했다. 이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거래일보다 3.54% 급락한 4507.68포인트를 기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MD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AI칩 시장의 80%를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을 주로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경쟁에 본격 참전, 올해 2분기부터는 5세대 제품인 HBM3E 12단(H)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한미반도체는 HBM 부품인 TC본더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하는 업체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쓰이는 HBM을 SK하이닉스가 공급하면서 ‘한미반도체→SK하이닉스→엔비디아’로 이어지는 영향으로 올해 주가가 급등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HBM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열위에 있으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HBM3E 시장에서 격차를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며 “현재 HBM3E 8단 제품의 격차는 약 3개월 수준으로 좁혀진 것으로 파악되며, 12단 제품에서는 우위에 설 가능성 존재한다. 지난해 HBM3 시장 진입시점이 경쟁사 대비 6개월 이상 늦었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개선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최대 고객사향으로 그동안 미뤄졌던 HBM3의 공급을 2분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며, 현재 HBM3E 12단 인증을 진행 중이다”며 “물론 올해에도 SK하이닉스가 가장 높은 HBM 시장 점유율과 제품 수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경쟁사들의 진입에 따른 경쟁 심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HBM3에서 SK하이닉스가 부여받았던 높은 이익률이 HBM3E에서도 이어지거나 상승할 수 있을지 여부는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