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일(현지시간) 기준 금리를 5.25~5.50%로 동결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연준의 발표가 덜 매파적이었다는 평가에 시장은 안도했다. ▶관련기사 2·3면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 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0%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까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연준은 지난해 9월 이후 이날까지 6회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의 금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한미 금리 역전폭은 11개월째 2%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와 금리인하를 하지 않는 경로가 있다”며 “다음 정책 움직임이 금리인상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음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추기에 우리의 정책이 충분히 제한적이지 않았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볼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은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일부 시선에 대해선 “그 말이 어디서 나온 건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일축했다. 그러면서 “나는 스태그(stag)나 플레이션(-flation)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데이터는 금리인하가 적절하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더 큰 신뢰를 얻는 데는 과거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어 “우린 적절한 기간 지금의 금리를 유지할 준비가 됐다”고 못 박았다.
이날 파월 의장의 금리 인상 가능성 차단에 투자자는 안도하면서 미국 금리 벤치마크10년물 국채금리는 급락했다. 이날 증시 마감 무렵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63%로 전거래일 같은 시간 대비 6bp (1bp=0.01%포인트)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같은 시간 4.96%로 8bp 하락, 하루 만에 5% 선 아래로 다시 떨어졌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7.37포인트(0.23%) 오른 3만7903.29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7.30포인트(-0.34%) 내린 5018.3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2.34포인트(-0.33%) 떨어진 1만5605.48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한편 연준은 이날 회의에서 6월부터 양적긴축(QT) 속도를 줄이기로 했다.
연준은 “6월부터 월별 국채 상환 한도를 월 60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축소해 보유 증권의 감소 속도를 줄일 것”이라면서 “기관 부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에 대한 월 상환 한도는 350억달러로 유지하고 이 한도를 초과하는 원금 상환액은 국채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을 말한다. 연준이 QT 속도를 줄이기로 한 건 그만큼 유동성을 흡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금리 상승 압력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