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매각 절차를 중단한 KDB생명의 자본 확충을 추진한다. 작년 9월에 이어 1년도 안돼 KDB생명에 추가 출자를 앞두고 있다. 산은의 지속적인 자금 수혈에도 KDB생명의 내재가치는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KDB생명 새 주인을 찾기 전까지 산은의 출자가 지속될지 주목된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총 3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하며 실권주는 발행하지 않는다. 구주주의 신주인수권 양도 역시 허용되지 않아 기존 주주가 직접 청약에 참여해야 KDB생명이 자금 조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KDB생명의 주요 주주는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결성한 사모펀드(PEF)다. 주식 소유 비율은 95.7%로 사실상 산은의 참여 여부가 유상증자 결과를 좌우한다. 산은은 지난해 9월에도 KDB생명에 1000억원을 출자했다. 재무구조를 개선해 매물 가치를 높이고 경영권 매각을 기대했으나 원매자를 찾지 못해 최종 불발됐다.
산은은 현재 KDB생명의 매각 절차를 중단했으나 원매자만 있다면 언제든지 경영권 양도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KDB생명 유상증자에서 책정된 밸류를 고려하면 산은이 투자금을 회수할 개연성은 낮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KDB생명의 작년 9월 말 순자산 기준 내재가치(Embedded Value)는 마이너스(-) 2505억원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점 산은에서 1000억원을 수혈 받았으나 여전히 보유 자산의 공정가치는 장부가 대비 현저히 낮은 상태다.
내재가치에 미래 체결될 신보험계약 가치를 더한 KDB생명의 경제적 가치(Appraisal Value)는 2105억원으로 평가됐다. 원매자가 4000억원을 훌쩍 넘는 신보험계약 평가가치를 수용해야 산은은 KDB생명을 2000억원대에 매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산은의 누적 투자금액을 고려하면 수익을 거두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까지 KDB생명에 투자한 원금은 1조2544억원이다. 이번 유증 과정에서 산은에 배정되는 신주 규모는 약 3028억원이다. 산은이 청약에 100% 참여할 경우 누적 투자 금액은 1조600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그동안 산은은 공식적으로 다섯 차례 KDB생명 매각을 진행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KDB생명은 장기간 경영권 매각이 추진되면서 보험 영업력도 위축된 상태다. 앞으로도 잠재된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가용자본 증대를 위해 산은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 이번 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KDB생명의 순자산가치와 재무건전성 개선이 기대된다. 지난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가용자본을 산출하는 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면서 지급여력비율을 감독하는 감독제도(K-ICS)도 새롭게 도입됐다. 규제 변화에 따른 경과 조치를 적용할 경우 KDB생명의 작년 말 K-ICS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117.5%다. 예정된 자본 확충 금액을 단순 대입하면 해당 비율은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맞출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