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80조 투입’ 일본 정부 개입설에도…‘슈퍼엔저’ 지속 전망

지난 2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엔/달러 전광판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엔/달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발표 전에는 1달러당 157엔대에서 형성됐다가 이후 1달러당 153엔으로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일본 정부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가 엔/달러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최소 80조원을 사용했다는 추산이 나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개입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엔화 가치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일본은행 당좌예금 잔액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전날 일본은행이 3조 6600억엔(약 32조 6900억원)을 사용해 엔화를 매수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날 오후 2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발표 전에는 1달러당 157엔대에서 형성됐다가 오후 4시가 지나면서 1달러당 153엔으로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첫번째로 일본 정부 개입 의심됐던 지난달 29일에는 6조엔 (약 53조원)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엔/달러 환율이 3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60엔선을 넘어선 뒤 다시 반대로 4엔 넘게 급락한 바 있다. 오모리 쇼키 미즈호증권 일본 데스크 수석전략가는 일본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했다면 “이는 단기간에 매우 큰 금액”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추정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2차례에 걸쳐 사용한 엔화만 9조6600억엔 (약 85조7760억원)에 이른다.

다만 “일본 재무성에서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간다 마사토 일본 국제담당 차관은 일본이 시장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5∼151엔대이던 2022년 9∼10월 총 3차례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매수하는 개입을 한 바 있다.

일본 정부 개입 가능성이 큰 거래가 계속되고 있지만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날도 엔/달러 환율이 153엔까지 떨어졌으나 155엔대까지 회복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엔화 가치는 10% 가까이 하락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RBC 캐피털마켓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로 엔화 가치가 1986년 이래로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앨빈 탄 RBC 캐피털마켓 아시아 외환 전략 담당자는 “엔화를 지지하기 위해 개입하는 당국의 추측조차 약세를 완전히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외환 시장 개입에 대해 미국과 조율한 상황이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엔/달러가 최대 165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 금리 차가 높은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한 엔화 가치를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자들은 올해 160선을 우회해 165선 정도로 다시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로이터도 전날 153엔까지 떨어졌던 엔/달러가 155엔까지 회복한 점을 들며 “대규모 매수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하락하는 것은 하락 모멘텀을 억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일본 정부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달러당 160엔으로 보고 외환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일본 재무부 간부였던 이토 타카토시 컬럼비아대 국제공공문제대학원 교수는 “일본 당국이 달러당 160엔을 한계선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 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수석 통화전략가는 “관계자들이 달러당 160엔을 ‘최종 방어선’으로 설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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