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부야의 한 해산물 뷔페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이중가격제'를 시행 중인 내용이 담긴 가격표. 일본인은 1000엔을 할인받을 수 있다. [SNS 캡처]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일본 도쿄의 한 음식점이 외국인에게는 더 비싸게 받고 일본인은 할인해주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 수퍼엔저로 관광객의 씀씀이는 커진 반면 자국민의 부담이 늘자 '외국인 이중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실제로 이를 시행한 음식점이 등장한 것이다.
지난달 12일 도쿄 시부야구에 문을 연 한 해산물·BBQ 뷔페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본인을 포함한 국내 거주자(재일 외국인)은 1000엔을 할인한다"고 밝혔다.
식당 측이 공개한 가격표에 따르면 평일 런치는 세금을 제외하고 5980엔(약 5만3400원), 디너는 6980엔(약 6만2300원)이다. 주말 런치의 경우 6980엔, 디너는 7980엔이다. 일본인이라면 이 가격에서 1000엔(약 9000원, 세금 포함시 1만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이중가격제를 두고 해당 식당 주인은 "엔저 현상이 오래 지속되고 있어 조금이라도 많은 (일본) 사람들이 해물 뷔페를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에 말했다.
이중가격제란 같은 재화나 서비스에 두 가지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지금도 인도나 태국, 요르단 등은 관광지 입장료 등에서 내외국인 차등 가격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자국민의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빈부격차가 큰 나라에서 시행됐다. 중국도 한때 내외국인 이중가격제로 악명 높았으나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철폐했다.
'외국인 이중가격제'를 시행한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한 해산물 뷔페. [SNS 캡처] |
부자 나라인 일본이 이중가격제 도입을 고민하는 것은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관광객들은 혜택을 보고 자국민들은 물가가 높아져 부담이 커졌다는 여론이 생겨서다.
나가야마 히스노리 일본 료칸협회 부회장은 "이중가격제를 지지한다"면서 "싱가포르에선 테마파크나 슈퍼마켓, 레스토랑 등에서 거주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이중가격제를 운영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엔저에 힘입어 지난해 방일 관광객의 소비액은 5조2923억엔(약 46조7900억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인당 소비액도 21만2000엔(약 187만원)에 달한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3월 외국인 여행객들의 소비액을 연중 5조엔, 1인당 소비액을 2025년까지 20만엔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모두 앞당겨 달성한 셈이다.
반면 일본의 개인 소비 지출은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 연속으로 전 분기 대비 감소세가 이어졌다.
내국인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 일본 최대 철도회사인 JR 그룹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JR철도패스(7일권) 가격을 지난해 10월 2만9650엔(약 26만2000원)에서 5만엔(약 44만2000원)으로 69%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