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풋옵션 갈등…교보생명·FI 분쟁매듭 하세월

교보생명 본사 사옥 전경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수년간 장기화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간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분쟁이 올가을 분수령을 맞을지 주목된다. 12년 전 FI 컨소시엄이 투자한 교보생명에 대한 투자금회수(엑시트) 가능성 여부가 수개월 내 가시화될 전망이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 컨소시엄 풋옵션 중재사건에 대한 국제상업회의소(ICC) 2차 중재 결과는 오는 9월~10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ICC가 양측 입장을 일부 인정한 1차 중재와는 다른 결론을 내릴 가능성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ICC는 2021년 1차 중재에서 FI 컨소시엄이 제시한 풋옵션 가격은 잘못됐지만 풋옵션을 행사할 권리는 여전히 FI 측에 남아있다고 판결내린 바 있다. 풋옵션은 상대방에게 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를 뜻한다.

이에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22년 2차 중재를 신청했다. 2차 중재에서는 재판부가 양측 입장을 듣는 집중심리를 거쳐, 공정시장가격(FMV·Fair Market Value) 산정을 비롯한 주요 쟁점 해결방안을 보다 명확히 제시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교보생명·FI 컨소시엄의 풋옵션 분쟁은 10년 이상 지속돼왔다.

지난 2012년 어피너티에쿼티·IMM프라이빗에쿼티(PE)·베어링PEA(현 EQT파트너스)·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은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FI 측의 교보생명 주당 인수단가는 24만5000원이다.

교보생명 기업공개(IPO)가 지연되자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8년 주당 40만9912원(총 2조122억원)에 풋옵션을 행사했으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매수가에 이견을 보여 이를 거부했다. 이후 이듬해 2019년부터 현재까지 6년간 양측은 법적 분쟁 중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교보생명과는 달리 투자지분에 대한 적정가격 산정이 먼저라는 FI 사이 간극이 여전히 상당하다.

앞서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이 교보생명 풋옵션 가격 결정과정서 불법행위를 했다는 교보생명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어피너티파트너스와 딜로이트안진에 무죄를 선고하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서 혐의를 벗은 FI 컨소시엄이 공정시장가격 산정을 다시금 주장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반면 교보생명은 2022년 IPO 시도가 예비심사 허들을 넘지 못한 뒤 지난해 인적분할과 지주사 설립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기에는 금융사 포트폴리오가 부족하다는 시장 지적에 대해서는 손해보험사 인수 시도 등으로 대응하려는 모습이다.

이러한 가운데 IMM PE를 필두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FI가 각각 인수금융 협상을 위해 대주단과 협의에 나섰다. IMM PE의 인수금융 만기 연장시점이 가장 먼저 도래했고, IMM PE 이후에 어피너티에쿼티 등 FI도 조만간 인수금융 연장시점이 다가온다. FI 컨소시엄은 지난 2013년 이후 최근까지 대여섯차례 인수금융 자본재조정(리캡)·자금재조달(리파이낸싱)을 이어오며 법정싸움을 지속한 바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2차 중재를 비롯해 교보생명 투자금회수를 위한 여러 절차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인수금융 연장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IMM PE는 2000억원 규모 인수금융 만기가 내달 도래한다. 인수금융 대주단은 현대해상·신한은행·신협중앙회 등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풋옵션·콜옵션 행사를 둘러싼 분쟁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스퀘어의 11번가 콜옵션 포기를 비롯해 SSG닷컴·FI 간 풋옵션 갈등이 인수·합병(M&A) 시장의 화두가 됐다. 국내 기업과 사모펀드(PEF)운용사 간 상생 시도 양상이 과거와는 달라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부자연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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