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을 파고드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유통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쇼핑앱의 초저가 공격적 마케팅과 광고 공세,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판매와 배송관리시스템 등은 국내 온라인 시장점유율을 10%~15%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중국발 상품에 대한 품질 불신과 짝퉁 논란, 그리고 반품 및 반환 서비스의 부재 등 문제도 심각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초저가 상품들도 잘만 사면 횡재했다는 만족감에 구매를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중국 유통업체들의 품질 개선과 제품 다양화, 반환시스템 정비 등 소비자의 구매 동기를 유도하는 조짐도 보인다. 최근에는 고가의 오디오 제품 등 해외 명품과 국내산 신선식품까지 선택의 폭도 확대됐다.
그들은 세계적인 유통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재력에 글로벌 공급망까지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전역을 상대로 온라인 판매를 성공적으로 주도한 경험과 AI 활용 등 빅데이터 관리력도 세계작인 수준이다. 더구나 이들은 한국 내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예상 규제에 대해서도 선학습을 통해 대처할 대안을 갖고 국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한국 유통시장의 점유율은 향후 어떻게 될까? 쿠팡은 와우회원비 인상을 통해 물류 투자를 확대해 전국 일일배송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도 CJ대한통운과 연합군을 결성해 풀필먼트시스템을 활용한 신속도착보장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신세계는 자사 유니버스클럽 신규가입회원 연회비를 4900원으로 할인했다. 아마존도 무료직구 배송행사를 시작했다. 결국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은 회원서비스 품질과 양적 확대, 그리고 물류 투자를 통한 신속배송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지속가능한 투자 능력과 충성고객을 붙잡을 수 있는 서비스가 전제다.
극복해야 할 과제는 있다. 중국발 유통 업체의 국내시장 잠식으로 인해 중소유통 및 제조업체들의 피해가 커지고, 중국산 상품을 직구매해 도매판매를 하던 소상공인들의 도산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해답은 규제가 만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제조기업과 중소상인들은 자사의 서비스와 제품을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유통물류기업과 협력해 고용 및 수출 증대를 꾀할 수 있도록 혁신 체질로 개선해야 한다. 정부도 시너지 창출을 위한 지원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나아가 중국산 가품에 대한 국내 제품의 지적재산권보호, 불량제품의 위해성 문제도 공정거래와 소비자의 안전 및 선택권 보장이란 측면에서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규제 주장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유통기업과 수출업체들에게 보복규제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향후 한국의 유통시장은 해외 유통업체들의 진입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혁신이 가속화될 것이다. 소비자의 편의성도 증대될 전망이다. 특히 물류배송 인력의 수고를 덜어줄 로봇산업, 드론 등 신기술과 융합된 물류설비투자는 한국 경제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유통업체의 국내 진출은 한국 유통 및 산업 생태계 변혁의 상생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커머스 공간에서는 글로벌 상생과 창의적 혁신만이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 (전 유통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