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만명 신용회복해도 줄줄이 ‘대출 거절’…“우리 같은 서민 어디서 돈 빌리나”

1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사면 이후에도 2금융권을 다시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문혜현 기자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 이번 신용사면 이후로 신용카드발급이라던지 대출 등 커트라인(심사 기준)이 올라갔다. 신용사면 해당 안 되는 분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서민금융까지 더 안 나오는 것 같다.

#.이젠 대한민국에서 1금융 대출은 특권층만 되는 날이 오나요? 우리 같은 서민은 어디서 돈 빌리나요?

정부가 2000만원 이하 소액연체액을 상환하면 연체기록을 없애주는 이른바 ‘신용사면’을 실시한 가운데,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 등에선 신용사면 조치 이후 은행 대출이 더 어려워진 것 같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저신용자였다가 신용사면으로 중신용자가 된 소비자도 카드 발급이 어렵거나, 고신용자들도 줄줄이 1금융권 대출이 거절되면서 소비자들은 다시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가계신용대출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신용점수는 924.44로 나타났다. 3월(919.5점)보다도 높아진 것으로, 1금융권 신용대출 평균신용점수는 지난해 11월(896.8점)부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신용점수는 신용평가사 KCB(코리아크레딧뷰로)가 평가한다. KCB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점수 950점 이상 초고신용자는 1314만6532명으로, 전체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신용점수 하위 50% 기준 점수가 879점 이하 수준이다보니, 신용사면 조치 이후 전체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더 올라가 ‘신용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은행입장에선 고금리 장기화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신용점수에 따른 차주 변별력이 약해지자 대출 문턱을 더 높인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되는 신용대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한 몫 했다. 금융기관 연체율 상승에 따른 부실 우려가 계속되자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스트레스 DSR이 신용대출에도 적용되면서 은행들이 이를 먼저 반영한 것이란 설명이다.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다. 카드사는 신용 점수 이외에도 별도의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해 신용여력을 판단하기 때문에, 신용사면 이후에도 카드 발급이 어려운 소비자들은 민원 발급을 통해 카드 발급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결국 다시 저축은행 대출을 받거나 카드론을 이용하는 등 2금융권을 찾거나, 아예 대부업체 등 제도권 밖 금융창구까지 손을 뻗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권 전반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인 상황에서 대환대출로 갈아타는 차주는 보이지만 신규 대출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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