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경희의료원 모습[연합]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의대 증원 추진 여부를 판가름할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의료현안협의체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의 회의록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합의해 회의록을 남기지 않은 의료현안협의체 대신 의대 증원 2천명을 결정한 보정심 회의록 등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7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이 정부에 오는 10일까지 요청한 자료는 의대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 자료와 현장실사를 비롯한 조사 자료,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의 대학별 배분 관련 회의록 등이다.
자료 제출 시한이 다가오면서 일각에서 보정심 회의록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자, 복지부는 “보정심 등 관련 회의체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일부의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공식 입장을 내 반박했다.
복지부는 법원 요청에 따라 보정심 회의록 등 법원이 요구한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할 방침이다.
복지부에서 보정심 회의록을 갖고 있으며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혔지만, 의료계는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어디에서 회의록을 가져다가 법원에 제출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의대 정원 배정 심사위원회 명단과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그 회의록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대 증원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하고 모든 행정 폭주를 철회하라”며 “의대 정원 증원과 배정 주요 회의에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관련 법령을 위반한 담당 공무원을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문책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날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 등을 직무 유기로 고발할 예정이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보정심이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심의할 때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이고, 폐기했다면 공공기록물 은닉·멸실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보정심은 회의록이 있고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회의록도 작성했고 폐기도 없었다고 거듭 반박했다.
다만 의료현안협의체는 복지부와 당시 의협과의 합의에 따라 회의록이 남아있지 않다.
당시 양측은 의정협의체 회의 후 현장에서 문구를 조율해 배포한 보도자료와 브리핑으로 회의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실제로 당일 양측이 자리한 상태에서 회의 결과를 알리는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협 전임 집행부는 회의록을 남기지 않기로 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지만, 최근 출범한 새 집행부는 전임 집행부의 합의 사항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회의록을 남기지 않은 건 문제라고 공세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의협은 보도자료로 회의록을 갈음하더라도 28차례 이어진 회의에서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한 언급이나 논의가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가 회의록의 존재부터 논의 여부에 이르기까지 평행선을 달리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의정 갈등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법원에 제출된 자료가 공개된 후에야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많다.
전의교협은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확보해 의사 수 추계 모형의 타당성, 예산 및 투자 현실성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복지부는 법원 판결을 보고 회의록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