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우측)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가졌다. [연합]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 ‘비공식 특사’가 있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윤 대통령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통령실도 비공식 라인 관련 이슈가 재차 불거지자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일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 ‘비공식 특사’ 논란에 대해 “황당하다”는 뜻을 참모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영수회담이 성사된만큼 이번 의사 결정에 다른 채널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전일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각각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비밀 특사 역할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함 원장은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고, 임 명예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냈다.
사태가 커지자 전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공식라인을 거쳐 쭉 한 것”이라며 “거창하게 특사, 물밑라인 그런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 대표가 늘 회담을 하자고 해왔는데 특사가 필요했을 이유가 뭔가”라며 “특사가 있으려면 이 대표가 대통령을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고 버텼을때 가능한 이야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골프회동을 제안했다는 민감한 내용이 실려있던만큼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도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국무총리·비서실장 인선 관련 논란 이후 비공식 라인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카드가 거론되자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이후 정진석 비서실장도 “대통령실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메시지가 산발적으로 외부에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각별히 입단속을 하는 상황에서 외부 변수가 튀어나온만큼 ‘뒷통수를 맞은 격’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주변의 행동이 문제가 된다면 이같은 노력도 퇴색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여소야대로 주도권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들이 윤 대통령의 행동반경을 좁힐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면 대통령이 제대로 말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민사회와의 소통도 움츠러들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오는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을 확대하고, 향후 국정운영 비전 등을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일 이날 민정수석실을 신설하고 신임 민정수석에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임명하는 등 국정쇄신의 신호탄을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