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황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2021년 3월 파생금융상품 마진콜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을 흔든 한국계 미국인 투자가 빌 황(한국명 황성국)의 형사재판이 오는 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시된다.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8일 배심원 선정 작업을 시작으로 황씨의 사기 혐의 사건 재판 일정에 들어간다고 로이터통신 등 미국 언론이 7일 보도했다.
앞서 뉴욕남부지검은 지난 2022년 4월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인 황씨를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황씨가 금융회사들을 속여 거액을 차입한 뒤 이를 자신들이 보유 중인 주식에 대한 파생상품에 투자함으로써 주가를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황씨 측은 월가의 일반적인 차입(레버리지) 투자 기법일 뿐 투자과정에서 어떠한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황씨의 개인 투자회사인 아케고스는 앞서 투자은행(IB)들과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 및 차액거래(CFD) 계약을 맺고 보유자산의 5배가 넘는 500억 달러 상당을 주식에 투자했다.
그러던 중 투자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자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마진콜이 발생했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발 빠르게 담보주식을 블록딜로 내다 팔면서 손실이 확산했다.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로 투자은행들이 입은 손실은 100억 달러(약 13조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스위스의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아케고스와의 거래로 맺은 손실 규모가 55억 달러에 달했고, 이 충격 여파로 위기설에 휩싸이다가 결국 자국 경쟁사인 UBS에 인수됐다.
이번 재판을 두고 월가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검찰이 황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시장조작 사건을 변호해온 로버트 프렌치먼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시장조작 행위는 속임수를 써야 하는데, 공개시장에서 이뤄진 아케고스의 주식 매입 행위는 기만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며 "피고인은 그러한 주식 매입 행위가 선의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UCLA) 캠퍼스와 카네기멜런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온 그는 2001년 헤지펀드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이끈 유명 투자자 줄리언 로버트슨의 도움으로 '타이거 아시아 매니지먼트'를 출범했다.
황씨의 회사는 월가의 아시아 전문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로 성장했지만, 2012년 홍콩 투자와 관련해 내부자 거래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결국 4천400만달러를 지급하고 사건을 종결해야 했다.
이후 2013년 그는 개인투자회사인 아케고스를 설립했다.
한편 아케고스의 최고위험책임자(CRO)를 지낸 스콧 베커와 수석 트레이더 윌리엄 토미타는 금융회사를 속인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해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